헤르만 헤세, <싯다르타>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색할 줄 알고, 기다릴 줄 알고, 단식할 줄 안다면, 마술을 부릴 수 있으며, 자기의 목적을 이룰 수 있소. - 헤르만 헤세, <싯다르타> 중에서
광복절에 이어 오늘 하루 휴가를 냈다. 특별히 갈 곳도, 할 일도 없지만 공휴일과 토요일 사이에 낀 금요일에 아무것도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래도 아침엔 책꽂이 앞을 서성대다 <싯다르타>를 꺼내 들었다. 주기적으로 읽게 되는 나의 인생책 <싯다르타>는 내게 경고한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색할 줄 알고, 기다릴 줄 알고, 단식할 줄 안다고 말이다.
나는 요즘 사색하고 있는가.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고 있는가. 복직 전까지는 잘 지키던 16시간 공복을 잘 유지하고 있는가. 대답은 모두 '아니다'이다. 이런, 나는 잘 못살고 있는 게 아닌가.
강물은 흐르고 또 흐르며, 끊임없이 흐르지만, 언제나 거기에 존재하며, 언제 어느 때고 항상 동일한 것이면서도 매 순간마다 새롭다! - 헤르만 헤세, <싯다르타> 중에서
폭염은 멈출 줄 모른다. 말복 이후로 약간의 변화를 느끼고는 있지만 여전히 덥다. 요즘엔 자주 무기력하고, 입맛도 없으며 에너지가 바닥을 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너무 덥다는 핑계를 대고 있는 게 아닌가 조바심이 나기도 하지만 더운 것은 더운 것이다.
그래도 모두가 잘 안다. 결국 시간은 흐르고 이 더위도 사그라들 것이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더위가 지나가고 가을바람이 불어도 또다시 이 무더위가 찾아올 것이다. 그저 매 순간 깨어있고, 새로움을 알아차리면 된다.
당신도 이미 강물로부터, 아래를 향하여 나아가는 것, 가라앉는 것, 깊이를 추구하는 것이 좋은 일이라는 것을 배웠어요. 당신은 다른 것도 강으로부터 배우게 될 거예요.- 헤르만 헤세, <싯다르타> 중에서
이 폭염에서 배워야 한다. 매년 더 더워지고, 밤새 에어컨을 켜두고 자는 날이 길어질지도 모른다. 그래도 우리는 살아가며 배운다. 함께 살아가기 위해 더 잘 들어야 한다. 우리가 사는 지구의 비명을, 폭염 속 야외에서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의 고통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폭염이 끝나더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