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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워킹맘 Nov 04. 2024

점심시간에 즐기는 가을 산책의 기쁨

걷기는 나다워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게 해 주고,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는 압박과 사회적 그리고
개인적 책임감으로 인한 긴장을 풀어준다.
- 다비드 르 브르통, <느리게 걷는 즐거움> 중에서


만추(晩秋)다. 금방이라도 겨울이 올 것 같은데 아직 낮 기온이 따뜻하다. 이번주 목요일은 입동이라는데, 아직 가을을 떠나보내기 싫다. 점점 가을을 짧아지고, 겨울은 길어진다. 좋아하는 순간은 자꾸만 짧아지니 귀해진다. 인생의 진리일까.



단풍이 물들어가면 기분이 좋아지면서 슬프다. 시간의 흐름 앞에 멈칫하고 있어서일까. 점심 약속이 없는 날에는 회사를 벗어나 걷는다. 회사 주변을 걸을 때도 있지만 꽤 멀리 나갈 때도 있다. 점심시간에 즐기는 산책은 늘 옳다. 살짝 땀이 날 정도로 빠르게 걸어도 좋고, 평소보다 느릿느릿 천천히 걸어도 좋다. 감각을 일깨우는 데 산책만큼 좋은 게 또 있을까.


산책은 불안을 누르고, 창조성이 밖으로 표출되도록 한다.
산책은 감수성을 훈련하는 것이다.
매일 산책하는 습관은
매일 건강을 지키는 습관이다.
- 줄리아 카메론, <새로운 시작을 위한 아티스트 웨이> 중에서


파란 하늘, 노란 은행나무잎, 붉게 물든 단풍나무까지 오색찬란한 빛깔의 향연 앞에서는 아무 생각이 없어진다. 계절이 흘러가고, 나이를 먹어가지만 사무실 안에서 시들어가고 있는 나를 위해 뭘 할 수 있을까.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역시 산책이다. 걸으면서 계절을 느낄 수 있는 이 시간이 귀하다.


산책에서 돌아올 때마다 나는
전과 다른 사람이 된다.
지혜로워지거나 선량해진다는 뜻이 아니다.
'나'라는 장시(長詩)는 나조차도 미리
짐작할 수 없는 행들을 붙이며 느리게 지어진다.
- 한정원, <시와 산책> 중에서



해가 짧아지고 있다. 퇴근 무렵엔 이미 깜깜하다. 겨울로 향해갈수록 해는 더 짧아질 것이다. 그래서 더 최선을 다해 산책하련다. 점심시간에 산책하고 사무실로 돌아올 때는 아침보다는 좀 더 너그럽고 활기가 넘치는 사람이 되어 있다. 나만의 이야기가 하나 더해지는 기분이 든다. 내일도 산책하며 추워지는 날씨를 느낄 것이다. 하루라도 더 점심시간에 즐기는 가을 산책의 기쁨을 누리겠다. 어쩌면 산책하는 순간만큼 나도 내 삶의 시 한 편을 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를 테니 말이다. 점심시간에 즐기는 가을 산책의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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