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자기 자리를 찾을 때 자기 자신을 알아가게 되고, 내면의 안정과 조화를 찾게 된다. 물건을 제자리에 두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주변이 정돈되고 조화롭게 보일 때, 우리 마음 또한 평온해지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 정희숙, <잘되는 집들의 비밀> 중에서
우울증이 심할 땐 집을 치우기도 싫어진다. 옷을 벗어도 아무 곳에 던져둔다. 식사 후에 바로 치우는 일도 어렵다. 혹시 우울증이 아닐까 염려가 될 때는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주변을 돌아보면 된다. 내가 머무는 공간은 나의 마음 상태를 그대로 반영하기 때문이다. 나의 존재는 나만의 자리를 잘 찾아 앉아있는가? 내가 쓰는 물건은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가?
자기 자리에 두는 행위는 정서적 안정과 만족감을 가져다준다고 한다. 이렇게 자신을 중요하게 여기고 존중하는 행동은 자아 발전에도 도움을 주며, 자존감을 강화시킨다. 정리된 공간은 마치 나의 내면과도 일치하는 것 같아 더 이상 불안함을 느끼지 않는다. - 정희숙, <잘되는 집들의 비밀> 중에서
온종일 비가 내리다가 일요일이 되니 날이 개었다. 봄햇살이 집안을 가득 채우니 눈에 들어온다. 제 자리를 찾지 못해 나뒹구는 살림들이, 그걸 지켜보며 마음이 불편한 내 시선까지 말이다. 쓰지도 않는 살림을 왜 이리도 이고 지고 사는지 모르겠지만, 잠시만 방심하면 이 꼴이 된다. 이게 심해지면 나의 우울증도 심각 단계인 것이다. 내 주변이 어수선하고 심란해졌다는 사실을 전혀 알아채지 못할 만큼 마음의 에너지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앞뒤 베란다 창문을 활짝 열고, 청소기를 돌린다. 바닥 위에 늘어놓은 물건들을 싹 치우고, 종량제 봉투 하나를 가득 채울 만큼 잡동사니를 비워낸다. 왠지 기분이 가벼워진다. 대단한 일을 해낸 것처럼 뿌듯하고 만족스럽다. 이럴 땐 정리정돈이 항우울제보다 100배 낫다. 다만, 청소나 정리정돈을 시작할 에너지가 충분해야 가능한 일이긴 하다. 그래도 봄이지 않나. 짧은 봄, 금방 사라지고 떠날 이 봄을 즐길 방법으로 청소만큼 좋은 게 또 있을까.
정리된 공간은 감정의 충전소가 되어준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 안의 창의성과 창조적인 생각을 이끌어내는 데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에 정리는 단순히 물건을 정돈하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가 자신의 공간과 위치를 확보하는 것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 정희숙, <잘되는 집들의 비밀> 중에서
4월의 첫 주말 책 읽기와 청소, 정리정돈으로 주말을 보낸다. 이만한 사치가 또 없다. 꽃 구경하러 나가진 못했어도 괜찮다. 내 물건과 내 마음, 내 존재에 제 자리를 찾아줬으니 새로 시작할 한 주도 잘 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모든 존재가 자기만의 자리를 되찾기를 염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