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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워킹맘 Jul 06. 2023

올여름 유난히 더운 이유를 알게 됐다

낮에 더우면 에어컨 틀고 있어. 전기세 무서워하지 말라고!


남편이 출근하기 전 신신당부를 했다. 전기세 아끼려 하지 말고 너무 더우면 에어컨을 켜란다. 대충 알았다고 대답했지만 남편도 나도 안다. 집에 혼자 있을 때 어지간해서는 에어컨 리모컨을 찾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누가 뭐라 하는 것도 아닌데 이상한 일이다. 왠지 죄책감이 느껴져서다. 혼자 집에 있는데 에어컨까지 필요한가 싶다. 


그런데 종일 더위를 참고 있으니 저녁이 되면 덥다, 덥다를 연발한다. 몸에 열이 많아진 걸까? 정말 올여름이 더운 게 확실한가? 더위를 이겨내는 체력이 약해져서일까? 이유가 한두 가지는 아닌 게 분명하다. 이유를 찾다가 알게 됐다. 이제껏 아무리 더워도 집이 아닌 회사에 있지 않았나. 얇은 카디건을 챙겨 입어야 할 정도로 냉방이 잘되는 빌딩 안에만 있었으니 여름이 더운 줄도 모르고 여름을 보내왔던 것이다. 


출처 : pixabay.com


여름이면 여름답게, 겨울이면 겨울답게

나는 나답게, 너는 너답게

그렇게 모두 자기답게 존재하기 위해 뭘 해야 할까?


매년 여름은 더워진다.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어서다. 갑자기 없던 죄책감이 생긴 건가 싶게 환경 걱정을 하게 됐다. 집에 있어보니 네 식구가 버리는 쓰레기도 상당했다. 지구도 참다못해 아우성치고 있는 게 아닌가.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그 때문에 자연이든 인간이든 각자 자기답게 존재하기가 어려워진다. 여름은 적당히 더워야 하고, 겨울은 적당히 추워야 한다. 장마철엔 비가 내리고, 겨울엔 눈이 내려야 한다. 우리의 사계절은 그 경계가 무너져가고 있고, 무더위에 병들거나 죽는 이들도 생긴다. 이런 사실을 알고도 모른 척해왔던 게 부끄러웠다. 사무실 안에만 있으면 시원했으니 알려고 하지 않았다. 당장은 괜찮겠지 하며 안일하게 여겼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또 있을까? 나는 나답게, 너는 너답게. 우리는 각자 자기답게 살 권리가 있다.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잊고 사니 그게 문제인 것이다. 


출처 : pexels.com


찬물에 샤워를 하고 나와 선풍기를 튼다. 가만히 앉아서 바람을 느낀다. 사무실에 있었다면 지금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느끼면서 얼음이 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셨을지도 모른다. 손은 키보드에, 눈은 모니터에 고정시켜 둔 채 퇴근할 때까지 일어날 생각도 하지 않았을 테다. 지구가 아프다는 사실도, 우리가 다 죽을 수도 있다는 진실을 알려고도 하지 않은 채 오늘 내게 주어진 일만 해내느라 급급 했겠지. 그러니 지금 주부의 삶을 사는 이 순간이 귀하디 귀하다. 아무 생각 없이 살던 내가, 이런 고민을 진지하게 할 줄이야.


나도 살리, 지구도 살리는 살림을 배워나가야겠다. 제로 웨이스트 운동도 있지 않나. 검색만 하면 실용적인 꿀팁들을 배울 수 있다. 올여름 유난히 덥다고 땀만 흘리지 말고 '우리를 살리는 일'을 하나씩 해보련다. 나 하나쯤이야, 대신 나부터 먼저! 를 외치면서 말이다. 육아휴직이 사람을 철들게 하고 있다. 이 변화가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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