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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워킹맘 Jul 04. 2023

매일 아침 손걸레질로 나를 닦는다


날마다

먼지를 쓸고 닦는 일은

나를 쓸고 닦는 일

먼지 낀 마음 말끔히 걸레질해도

자고 나면 또 쌓이는

한 움큼의 새 먼지


부끄러움도 순히 받아들이며

나를 닮은 먼지를

구석구석 쓸어낸다


휴지통에 종이를 버리듯

내 구겨진 생각들을

미련 없이 버린다.


버리는 일로 나를 찾으며

두 손으로 걸레를 짜는

새 날의 시작이여


- 이해인, '청소시간' 

출처 : pixabay.com


장마철 습기가 온 집안에 내려앉았다. 습한 것은 무거우니 당연한 일이다. 먼지만 닦아낸다고 끝이 아니다. 걸레로 뽀득뽀득하게 닦아내야 청소가 마무리된다. 날이 덥다고 꼼짝하지 않고 있을 수도 없다. 이해인 수녀님의 詩 한 편을 읽고 나니 더 앉아있을 수가 있나. 습기만큼 무거워진 몸을 일으켜 세운다. 


걸레와 빨랫비누를 들고 뒷베란다로 나가 쭈그려 앉았다. 무슨 의식을 치르기라도 하듯 진지하게 걸레를 빨았다. 로봇청소기도 있고, 물걸레질 기능이 탑재된 청소기도 있는데 왜 손걸레질을 해야 할까. 더 생각하지 않는다. 이미 쓸데없는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하니까. 


날마다 먼지를 쓸고 닦는 일은 나를 쓸고 닦는 일


출퇴근을 하지 않다 보니 시간에 쫓겨 다니는 일이 사라졌다. 시간의 경계에 조금 무뎌진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나 스스로를 쓸고 닦는 일에 진심이 됐다. 이게 참 중요한 일인데 그동안 소홀했던 탓에 무겁게 살았구나 싶다. 매일 아침 손걸레질을 하는 것만으로도 가벼워진다. 걱정, 근심거리까지 뽀드득하게 닦여나가는 것 같달까. 


날마다 먼지를 쓸고 닦는 일은 '나를 쓸고 닦는 일'이라는 말을 이번달, 나의 좌우명으로 삼기로 했다. 평소엔 바쁘다는 핑계로 후순위로 밀려났던 일이 청소가 아니었던가. 이젠 바쁘지 않다. 바쁘지 않아서 불안해하지 않기로 마음먹고 나니 새로운 것들이 보인다. 예전에 하지 않았던 일이 소중하게 다가온다. 특히, 청소나 살림이 그렇다. 잘하지 않아서 잘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걸레를 빨아 온 집안 바닥을 닦고 나면 허리가 아프다. 땀도 송글 맺힌다. 몸은 고단한데 기분은 날아갈 것 같다. 오늘 하루 나를 위해 정성을 다했다는 뿌듯함, 그리고 가족들이 깨끗하게 닦인 집으로 돌아온다는 설렘 덕분이다. 


오늘도 바닥 청소를 마치고 차 한잔을 내려 마신다. 살짝 물기가 어린 바닥에 선풍기 바람을 쐬어 주며 웃어본다. 매일 닦아도 다시 먼지가 쌓이겠지만, 다음 날 또 닦아내면 그만이다. 내 마음도 그렇게 쓸고 닦아내며 돌보자. 우리 집 바닥이나 내 마음이나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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