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살겠네~
강원도 인제로 이사했다고 하면 남자분들은 이렇게 말한다. 특히, 원통과 가까운 월학리에서 살고 있다고 말하면 자동응답기처럼 같은 말이 나온다. "인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살겠네!" 강원도에서 군생활을 한 남자라면 십중팔구 이렇게 말한다. 처음엔 신기했다. 친정아버지도 말씀하실 정도였으니 말이다.
인제에는 산도 많고, 강도 많고,
'군인'도 많다.
인제에 와보니 확실히 알겠다. 같은 강원도라도 산세가 전혀 다르다. 서울 양양고속도로를 타고 오다가 동홍천 IC에서 인제 쪽으로 나오면 아직은 홍천이다. 강원도는 다 같은 강원도인 줄 알았는데 산을 보면 알 수 있다. 홍천을 지나 인제군에 진입하는 순간 산의 굴곡이 달라짐을 알 수 있다. 보다 깊고, 짙은 초록의 향연을 감상할 수 있게 된다. 속초로 이어지는 44번 국도를 달리다 보면 숱한 강가를 접하게 된다.
인제에는 산도 많고, 강도 많다. 하지만 무엇보다 '군인'이 많다. 인제읍내나 원통에서도 자주 마주치는 이들은 군인이다. 원통 시외버스 터미널에서는 군인들을 위해 시간당 한 대 이상의 버스가 동서울로 향한다. 주말에는 미리 예매하지 않으면 현장에서 버스표를 구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제야 실감할 수 있다. 내가 사는 인제는 최전방이라는 것, 그리고 아직 우리나라는 휴전 중인 분단국가라는 사실을 말이다.
인제는 공기도 좋고, 물도 맑다. 그리고 곳곳에 도서관이 있다. 특히, 지난 6월에 개관한 인제 기적의 도서관에는 매주 한두 번씩 홀로 와 책을 보거나 글을 쓴다. 이 정도의 규모와 시설이 갖춰진 도서관이 '읍'단위에 세워지다니 놀랍다. 이곳에 오면 절로 힐링이 된다. 인제군민들은 참 좋겠다 싶은 생각을 하다가 '엇, 나도 인제군민이네'라며 웃는다.
이제 지인들이 "인제 가면 언제 오나..."라고 시작하면 "원통에서 잘 살겠네~"라고 화답한다. 그리곤 함께 웃는다. 도시에서 살다가 뭐가 좋아 시골로 갔냐며 힐난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대부분 나의 선택과 행보를 응원해 준다.
인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에서 잘살겠네~!
앞으로 살기 좋은 인제에서 잘 살아보련다. 원통이라 원통(冤痛) 한 게 아니라 '원통(圓通)이기에' 더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이 아니면 또 언제 이런 곳에서 살아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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