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이 노을 맛집이랍니다

by 글쓰는 워킹맘
해가 집니다~ 핑크 구름 봅시다!


강원도 인제 시골집은 북쪽을 향해 자리 잡았다. 그래서 우리 집 기준으로 아침해는 오른쪽에서 뜨고, 저녁해는 왼쪽에서 진다. 맑은 날 해가 질 때의 모습은 낭만적이다. 산기슭 사이로 해가 떨어질 때 구름이 끼어있다면 그 구름에 핑크빛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풍경이 펼쳐진다. 그래서 이 때는 먼저 본 사람이 외친다. 해가 진다고, 핑크 구름 보자고! 너무나 찰나인 순간이기에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것이다.

KakaoTalk_20230914_185326775.jpg 우리 집 마당에서 바라본 해 지는 풍경. 여기가 노을 맛집이다.


도시에서 살 때는 노을 맛집(명소)을 찾아다녔다. 일이 잘 안 풀릴거나 기운이 없을 땐 해가 뜨는 모습을 보려 한다. 반대로 '내가 너무 달리고 있나? 균형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을 때는 해가 지는 모습을 보려 서쪽 바다를 찾아가곤 했다. 도시의 우리 집에서는 이런 핑크 구름조차 보기 어려울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찰나에 가까운 핑크구름, 이게 그리울 것 같아요.


사진으로는 그 감동을 다 담아낼 수는 없었다. 하지만 떨어져 지내는 남편과도 이 풍경을 나누고 싶었다. 여전히 나는 지금 이 순간보다는 먼 미래를 생각하고 있으니 '언젠가 그리워질 것 같은 것들'에 집착한다. 남편의 답은 짧았다. 이쁘네. 그래, 더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KakaoTalk_20230918_070640891.jpg 남편에게도 공유한 우리 집 노을 풍경


섬처럼 고독하고 호수처럼 고요하며 바람처럼 고결하게 스스로에게 반하는 사람이 되려면 혼자 있을 때 눈부셔야 한다. - 신기율, <은둔의 즐거움> 중에서


15년 간 대외홍보일을 한 탓인지, 타고난 성향 때문인지 무엇이든 정보를 알리고 공유하는 일이 좋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최고의 순간과 맞닥뜨렸을 때 사진을 찍거나 글을 쓰느라 그 찰나를 놓치기보다는 잠시 나만의 것으로만 간직하는 것도 좋다는 것을 말이다.


'혼자 있을 때 눈부셔야 한다'라는 말에 눈이 번쩍 뜨인다. 스스로에게 반하는 사람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 하지만 이곳 시골생활에서 매일 조금씩 그런 사람이 되어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함께 있을 때도 좋은 사람, 홀로 머물 때도 평온한 사람이 되고 싶다.


오늘 저녁 또 한 번의 핑크구름을 만나면 두 눈에, 가슴에 충분히 담고 즐겨야겠다. 우리 집이 노을 맛집이라는 자랑도 잠시 멈추고 잠시라도 깊은 호흡에 순간을 담아보련다. 이 순간이 영원하지는 않다. 하지만 나는 느낄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이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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