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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사카에서 파이어족이 되다.

(01) 일본 오사카에서 파이어족이 되다.

2024년 어느 날에 쓰는 글.

2010년 3월에 일본에 오고 그다음 달에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니 어느덧 올해로 일본생활 15년 차네요.

한국사람으로 태어나 일본이라는 나라에 건너와 첫 직장생활은 물론, 15을 살고 있다 보니 사실 생각과 가치관이 일본사람들과 비슷한 부분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사실 외국에서 절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외국인의 생각과 문화에 무조건 적응하여 물드는 것도 아니지만, 정말 보통의 사람이라면 적응력의 차이와 무관하게 누구든 자연스럽게 외국에서의 생활을 통해 모국과 다른 점도 알게 되고 더 좋은 부분, 더 나쁜 부분도 발견하기 나름입니다. 이렇게 사람은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이다 보니 저 역시 너무나 자연스럽게도 당시의 일본, 즉, '디플레이션의 나라' '제로 금리의 나라'에 적응하게 되었습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저는 경제학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주식 등의 전문가도 아니며, 그렇다고 서울권이나 해외의 명문대학을 나온 사람도 아닙니다.

타국에서 타국의 언어로 전공과도 관련이 없는 병원에서의 사무직일을 시작하고 몇 달이 지나 일에 적응을 했을 무렵, 저는 문득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만약 한국에서 일을 하고 월급과 보너스를 받고 나서 상황에 맞춰 은행예금이라도 용하면 이자라도 붙는데, 일본은 실질금리가 제로이기에 예금의 의미가 없으니 돈에게 일을 시키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나... '

이렇게 실질적으로 제로금리였던 예금뿐만이 아니라,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의 경우는 큰 버블이 터진 후에 전고점은커녕 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대에 있던 일본은 말 그대로 투자불모지와도 같았습니다.


이렇게 버블기를 겪었던 직장상사분들은 회식자리등에서 '주식투자는 도박', '부동산투자는 투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안정적인 직장이라고 평가받는 병원이라는 특수한 환경도 한몫을 했다고 니다. 여기에 2010년대에 한국의 청년들이면 누구나 들어보았을 '재테크'라는 단어는 일본의 청년들에게는 막 유행하기 시작한 외국의 신조어 마냥 생소하다는 반응이 대다수였습니다.

여담이지만, 우리가 주로 사용하는 '재테크'라는 단어의 어원은 일본의 財務テクノロジー(재무 테크놀로지)로 그 줄임말이며, 일본의 버블경제 시기에 우리나라에 들어온 단어입니다. 흡사 일본에서 시작된 '花札(하나후다)'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화투'로 자리 잡은 것과 같다고 생각이 듭니다. (대신 일본에서는 재테크라는 말보다 투자나 자산운용이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환율로 인해 이득을 봐도 세금을 내야 하는 등...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투자환경과 방식, 높은 세율에 많은 고민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일본이 이러한 환경이라고 해서 제로금리로 예금만 하는 것보다, 납부할 세금이 있다는 것은 결국 자산을 불렸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가장 적합한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들 덕분에 2019년 영주권을 취득함과 동시에 일본에서 파이어족으로 생활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이 글을 통해서는 앞으로 제가 일본에서 파이어족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작가명인 'kabumochi oro'의 의미입니다만...)
'kabumochi'라는 말은 사실 일본에는 없는 단어입니다.  일본에서는 부자를 '金持ち(카네모치)'라고 하는데 굳이 풀어쓰면 '돈을 가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저는 자본주의 사회는 '돈'만 가지고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며, 자본주의에서 가장 신뢰를 하고 있는 '株(주식, 카부)'를 '金(돈, 카네)' 대신 넣어 '주식을 가지고 있다.'라는 뜻의 'kabumochi'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oro'는 스페인어로 금, 황금이라는 뜻이며, 금 역시 제가 좋아하는 자산 중에 하나이기에 'kabumochi oro'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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