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잘했어요>
옛날 옛적 학교 다닐 적
선생님의 주머니 속에는
마법의 도장이 숨어 있었지
이름하야
참 잘했어요 도장
청소를 잘하면 손등에 꾹
책을 많이 읽으면 손등에 꾹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면 손등에 꾹
마법의 도장이 손등 위를 빼곡 채우면
몸도 맘도 두둥실 떠올라서
입꼬리가 어깨가 으쓱으쓱 올라간다
그렇게 참 잘했어요를 받던 학생이
참 잘했어요를 주는 어른이 되고
지금은 스스로에게 마법의 도장을 찍어준다.
이름하야
어른이 참 잘했어요 도장
집이 더러워도 돈을 많이 벌면 손등에 꾹
책을 안 읽어도 먹고 사는데 문제 없으면 손등에 꾹
친구와 사이가 안 좋아도 인맥이 좋으면 손등에 꾹
마법의 도장이 손등 위를 빼곡 채우면
몸과 마음은 점점 무거워진다
입꼬리가 어깨가 뻐근하게 내려간다
마법의 도장이라 믿었던
참 잘했어요 도장은
더 이상 요술을 부릴 수 없어
가라앉는 나를 건져올리지 못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