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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인 Nov 17. 2024

참 잘했어요



<참 잘했어요>


옛날 옛적 학교 다닐 적

선생님의 주머니 속에는

마법의 도장이 숨어 있었지


이름하야

참 잘했어요 도장


청소를 잘하면 손등에 꾹

책을 많이 읽으면 손등에 꾹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면 손등에 꾹


마법의 도장이 손등 위를 빼곡 채우면

몸도 맘도 두둥실 떠올라서

입꼬리가 어깨가 으쓱으쓱 올라간다


그렇게 참 잘했어요를 받던 학생이

참 잘했어요를 주는 어른이 되고

지금은 스스로에게 마법의 도장을 찍어준다.


이름하야

어른이 참 잘했어요 도장


집이 더러워도 돈을 많이 벌면 손등에 꾹

책을 안 읽어도 먹고 사는데 문제 없으면 손등에 꾹

친구와 사이가 안 좋아도 인맥이 좋으면 손등에 꾹


마법의 도장이 손등 위를 빼곡 채우면

몸과 마음은 점점 무거워진다

입꼬리가 어깨가 뻐근하게 내려간다


마법의 도장이라 믿었던

참 잘했어요 도장은

더 이상 요술을 부릴 수 없어

가라앉는 나를 건져올리지 못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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