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첫날. 남자친구가 갑자기 귀엽고 사랑스러워 보인다?
어느새 흘러간 10년. 우리는 대학생 때부터 직장인이 되기까지 8년의 연애를 했고 현재 결혼 2년 차 신혼부부다. 우리의 이야기의 첫 시작으로 10년 만남의 출발부터 써보려고 한다.
거짓말처럼
갑. 자. 기. 귀엽고 사랑스러워 보인다.
마법에 걸린 건가?
우리는 캠퍼스커플이었다. 2학년 2학기 친구들과 여행가느라 수강신청에 실패한 나는 친구들과 떨어진채 강의실을 배정받았다. 내가 전공한 과는 컴퓨터 및 제작 작업이 많아 개인 자리를 받았는데, 홀로 떨어져 외로운 나는 친구들이 모인 강의실로 자주 놀러갔다. 거기서 복학생이었던 지금의 남편을 처음 만났다.
첫인상은 평범하게 생긴 복학생 오빠였다.
그 오빠랑 만나는 경우는 크게 세가지였다.
첫번째는 같이 게임하기. 같은 컴퓨터 게임을 하던 우리는 친구들이랑 다같이 게임을 하곤 했다. 강의실에 저마다 개인컴퓨터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가끔은 새벽에 야간작업을 하다 게임이 하고싶으면 옆 강의실로 넘어가 문을 빼꼼 열고 "오빠, 같이 게임할래요?" 라고 물은면 언제나 대답은 "YES"였다. 그렇게 우리는 밤에도 낮에도 같이 게임을 하면서 점점 친해졌다. 그때 이후로 나는 게임을 잘 안하는데 남편은 그럴때마다 속았다고 말하곤 한다.
두번째는 술. 당시 나는 우리 강의실 사람들과 잘 친해지지 못해서 매일같이 옆 강의실을 들락날락 거렸다. 친구들이랑 지금의 남편이 술마시러 간다고 하면 따라가고, 가끔은 먼저 맥주 먹으러 가자고 먼저 자리를 만들면 남편이 꼭 따라왔고, 항상 술자리에는 같이 있다보니 점점 더 친해졌다.
세번째는 과제. 우리는 건축을 전공했는데, 매주 생기는 과제는 개인마다 디자인한 건축물을 더 발전시켜오는거였다. 어떤 컨셉인지, 어떤 형상인지, 누가 이용할것인지 등 어떻게 해야 더 좋은 건축물이 될지 고민할 부분들이 많았다. 당시에 서로 아이디어를 설명해주면서 부족한 부분이나 보완할 부분들을 이야기 나누곤 하면서 자주 시간을 보내곤 했다.
함께하는 시간들이 쌓여가면서 호감이 쌓이기 시작했다.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게 즐겁고, 같이 술을 마시며 재밌게 노는 시간이 좋았고, 대화를 나누면서 몰입하는 그 모습이 좋았다. 그리고 나에게 호감이 있는듯한 모습을 보여서 점점 더 마음이 갔다.
호감만 쌓아가던 와중, 뜬금 없던날 우리는 연인이 되었다. 당시 술기운을 빌린 쭈볏쭈볏한 한마디 "우리 사귈래?" 이 말이 마법의 주문이었던 걸까?
다음날, 이제부터 남자친구가 된 평범했던 복학생 오빠가 갑자기 귀여워 보이기 시작했다. 사랑스럽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도 뜬금없고 당황스럽기까지 한 날이었다. 연애를 시작한다는 총성을 알리자마자 세상이 변하는건 아닐텐데, 거짓말처럼 무언가가 변했다.
말 한마디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봄바람에 화창했던 3월, 어색해하고 부끄러운 모습으로 웃고는 그 모습이 나에겐 무엇보다 특별했던 날이었다. 마치 드라마나 로맨스 소설에서 묘사하는 사랑처럼 종소리가 들리고, 후광이 비치고, 세상에 둘만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아니었지만, 남편을 볼때마다 붕 뜨고 말랑말랑한 기분에 마법에 걸린듯한 느낌이 들던 그날로 한번 다시 돌아가보고 싶다.
연애를 시작하고 10년이 지난 지금도 마법에 걸려있는지 남편은 여전히 다정하고 사랑스럽고 귀엽다. 내가 이런 표현을 할 때마다 콩깍지라고 질색을 하지만 가끔은 "콩깍지가 벗겨지면 안 되는데.."라고 포기한채 중얼거리는 남편이 여전히 사랑스럽다. 10년 전 걸린 마법이 풀리질 않길 바라며 앞으로도 행복한 날들이 함께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