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의 패기에 터진 웃음
퇴근 후에도 이어지는 사회생활
오늘은 야근을 해서 퇴근이 늦어졌어요. 아무도 없는 고요한 사무실 불을 끄고 퇴근길에 올랐습니다. 회식을 했다면 이미 2차로 넘어갔을 늦은 시간이었죠. 지하철 역까지 걸어가는 길 곳곳에는 아직 퇴근하지 못한 직장인들의 사회생활이 이어지고 있었어요.
'에이, 부장님, 오늘 그 일은 뭐가 잘못된 거냐면...'
'김대리는 담배 안 태우나?'
'우리 단체라서 자리가 없네'
'상무님, 여기 요즘 핫한 맛집인데 여기로 가시겠습니까?'
이때, 어떤 무리의 대화가 귀에 확 들어왔습니다.
'부장님, 저희 편의점에서 500 하나 하고 가실까요?'
'그러자, 좋다. 박대리도 괜찮지?'
'아, 네'
500이 뭘까? 잠시 고민했지만, 편의점에서 2차로 500ml 맥주 한잔하고 가자는 의미 같았죠. 기뻐하시는 부장님의 미소에 어쩔 수 없이 '네'라고 대답하는 박대리의 얼굴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아, 나 지금 집에 가면 1시간 30분 걸리고, 씻고 누우면 12시가 넘겠는데? 그리고 내일 또 새벽에 일어나서 출근하고? 2차는 무슨 집 가고 싶다)'라고 얘기하고 싶었겠지만 육성으로 뱉을 수 없는 멘트에 그냥 짧고 굵게 '네'라고 대답한 박대리에게 공감 하트를 눌러주고 싶었죠.
신입사원의 패기
그때 매우 어려 보이는 신입사원이 한마디를 뱉었습니다.
'엇, 저는 오늘 1차까지만 하는 줄 알고 집에 일찍 들어갈 생각이었거든요. 저 먼저 가볼게요! 안녕히 계세요'
ㅋㅋㅋ앜핰웃헠웈ㅋㅋㅋ
저는 순간 진심으로 웃음이 터져 나왔어요. 속마음을 육성으로 내뱉는 사람을 직관하다니 정말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그렇게 신입사원은 뒤도 안 돌아보고 사라졌고, 박대리는 부러움과 당황한 눈빛을 머금은 채, 사라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죠.
적정선의 기준
저는 저 멘트를 듣고 왜 웃음이 터졌을까요?
사회생활에서 할 말의 적정선은 어디까지일까?
그 선은 누가 정하는 걸까?
그 선을 넘고 말고에 정답이 있는 걸까?
여러분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알고 있으신가요?
지친 퇴근길, 저에게 큰 웃음과 답을 내리기 어려운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 준 신입사원에게 감사하며 오늘 하루를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