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떡과 질투
올봄에 남편에게 “나는 봄만 되면 쑥떡이 먹고 싶다”라고 했다. 어렸을 때는 엄마가 쑥떡을 꼭 해 주셨는데 콩가루를 무친 그 떡이 봄만 되면 그리웠다. 고향에서 뜯은 쑥으로 만든 쑥떡에서는 늘 그리운 내 엄마의 내음이 났다. 그랬더니 남편이 시골 어머니댁에 가서 쑥을 엄청 뜯어왔다. 다듬는 것부터 쑥을 삶고 하면서 “귀찮게 그냥 떡을 사 오지. 나도 엄마가 있었으면 쑥떡 좋아하는 막내딸 위해 떡을 해서 보내 주셨을 텐데”라고 투덜거리면서 방앗간 가서 떡을 해 달라고 맡기고 왔다. 그리고 그다음 날 터덜터덜 시장수레를 끌고 방앗간에서 떡을 찾아서 오는 길이였다.
그때 우리 딸과 아들의 절친인 J이 엄마와 마주쳤다. 나는 반가운 맘도 들고 떡도 많아서 나누어 주었다." 언니! 웬 쑥떡이야?" 어떻게 쑥떡을 다 했냐며 물어 왔다. 난 별생각 없이 쑥떡을 하게 된 경위를 이야기하면서 투덜거렸다. 그랬더니 J이 엄마는 “언니는 좋겠다. 쑥 뜯어주는 남편도 있고, 애들 취직도 해서 다 나가고 부러울 게 없네” 이렇게 말해서 사실 좀 당황스러웠다. 나랑 자주 만나는 사이도 아니고 우리 애들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래 학부모들 사이에는 세 개의 불문율이 있는데 첫째, 애들 대학은 어딜 갔는지 묻지 않는다 둘째, 애들 취직했는지 묻지 않는다. 셋째 결혼해서 잘 살고 있는지 묻지 않는다
나는 이 불문율은 잘 알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더니 대뜸 “나 언니 아파트로 이사했는데 전에 살던 집 팔았어.
살고 있던 단독 주택 아파트는 재개발이 들어가서 한 평당 1억씩 받았어. 40평이어서 40억 받고, NC동 비치 아파트도 재개발 들어가서 16억 받았어. 둘 다 재개발 들어가서 세금도 별로 없어 “라며 구체적인 액수까지 말하면서 이야기해 주었다. 묻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그래서 나는 진짜 잘 된 일이라며 축하? 해 주었다.
나는 J이 엄마가 집 두 채는 가지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고, 애들을 통해서 이사 왔단 얘기는 들어서 돈 좀 벌었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그렇게 많이 벌었을 줄을 몰랐었다. 사실 많이 부럽기도 했지만 굳이 왜 내게 그 이야기를 정확한 액수까지 이야기했는지 그 저의(단지 자랑이 하고 싶어서? )를 알 수 없었다.
나는 내가 J이 엄마에게 무슨 실수라도 했나 되돌아보았다.
그리고 며칠 동안 나의 화제는 J이 엄마가 되어 만나는 사람마다 J이 엄마의 일을 입에 올려 화제로 삼았다. 그러나 그 부러운 마음과 질투는 아직도 유효하다. 난 J이 엄마가 남편과 떨어져 살고 있고 애들은 아직 취업 준비 중이라는 것을 어렴풋이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랬나 싶긴 하다. 나 배 아파 보라고? ㅠ
그런데 난 억울하다. 난 우리 애들 이야기한 적도 없고 쑥떡 준 죄밖에 없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