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 성, 그리고 성 비투스 대성당
고난의 열네 시간짜리 비행을 마치고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했으나 입국 절차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지루한 줄서기 끝에 심사관 앞에 나설 차례가 되었는데
우물거리듯 중얼거리는 그의 말들을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결국 두어 번쯤 고개를 갸우뚱하다 말고 서너 걸음 뒤에 있던 아들에게 손짓했다.
얘, 뭐라는 거냐?
아들은 심사관이 있는 부스 앞으로 다가와 나 대신 몇 마디 주고받았고
그는 의미를 알 것도 같은 옅은 웃음을 지으며 그제야 내 여권에 스탬프를 찍어주었다.
돌아서서 출구 쪽 복도를 걸으며 아들에게 물었다.
뭐라든?
... 독일에 무슨 일로 왔냐고. 얼마나 있을 거냐고.
하, 저 녀석 발음이 이상해서 말야
... 발음, 나쁘지 않던데?
헐.
국토의 70% 정도가 산지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독일은 대부분의 지형이 평지이거나 얕은 구릉 정도로 이루어져 있다. 바세르트뤼딩겐의 고요한 마을에서 하루를 보내고 체코 국경을 향해가는 외곽 도로 옆으로 마치 대관령이나 평창의 어느 목장지를 보는 것 같은 풍경이 연이어 이어진다.
간밤에 흩날리던 비는 다행히 그쳤고 시간이 갈수록 듬성듬성 갈라진 구름 사이로 햇살이 적당히 새어 들어와 날씨에 대한 우려는 잠시 접어두어도 될 것 같다.
주로 트럭커들의 쉼터로 쓰일법한 납작한 휴게소에 잠시 멈춰, 인당 1유로짜리 화장실을 쓰고 우리는 프라하로 간다.
여행자에게 새로운 도시를 만나고 알아간다는 건 언제나 흥미로운 일이다.
이름만으로는 그저 하나의 건축물인 줄 알았던 "프라하 성"은
궁전과 성당, 미술관 등이 아우러진 거대한 단지에 가까웠고
심지어 옛 왕궁의 일부 시설은 현재 대통령의 집무실로 이용된다고 한다.
관광지답지 않게 여러 군인들이 무리 지어 정문 주변을 오가던 이유였다.
아침 일찍 서두른 덕분에 계획보다 여유 있게 도착했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많은 인파들이 입구 쪽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아들아, 지금부턴 아부지 잘 따라다녀야 된다? 응?
... (어이없다는 듯) 별 말씀을.
- 에필록
16세기 연금술사와 금은 세공사들이 모여 살게 되면서 "황금 소로 (黃金 小路)" 라는 명칭을 갖게 됐다는 좁고 아기자기한 골목길 안에는 저명한 작가 프란츠 카프카가 1916년경 머물며 작품을 썼다는 공간이 있다.
우리가 들어가 본 "16번"에서 조금 더 내려간 "22번"이었는데 아쉽게도 사진을 남기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