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지 않은 그 길이 너무 두렵다
중3 시작부터 힘겨운 시간을 보내던 아이가 처음 자퇴를 언급한 건 3월 한 달의 시간을 보낸 후였다.
몸도 여기저기 많이 아팠고, 정신없이 바쁜 업무량을 소화하던 때여서 마음의 여유도 없었지만, ‘자퇴’라니… 대책 없이 초졸이라니… 그때의 난, 부모노릇 참 어렵다며 내 신세만 한탄했다. 아이의 상황을 회피하다 보니 착하고 순했던 우리 딸은 부모의 한숨을 더 크게 걱정하며 매일 슬픔이 가득한 학교로 등교했다.
학창 시절의 시계는 우리가 알고 있는 대로 뻔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 가고
하루 중 긴~ 시간을 공부하고 친구들과 잠깐잠깐의 수다, 적당한 딴짓 그리고 점심시간
고등 입학 전부터 입시를 준비하는 아이들의 학창 시절은
매일매일 대학을 준비하는 시간들이다.
수행평가, 동아리, 독서 등등등
하교 후에도 공부를 위해, 또는 보충하기 위해 학원에 간다.
학교 안에서 학생들의 시험은 줄었을지 모르겠지만(라떼는 달마다 혹은 단원마다 평가를 봤었지)
학원에서 레벨업 반으로 가기 위해 자주 시험을 본다.
저녁에도 학원과 학원 숙제로 밤을 지새우고 주말에도 예외는 없다.
주변의 많은 학생들은 주말에도 학원에 간다.
그 스케줄을 견뎌내는 아이들이 정말 존경스럽고 안쓰럽다.
선행은 기본이고, 그 선행을 위해 하교 후에 또 공부를 하고, 그 선행반 중에 좋은 레벨에 들어가기 위해 시험을 준비한다.
입시의 도돌이표다. 이쯤 되면 진짜 목표가 뭔지도 모르겠다.
뉴스에서 간간히 우리나라 청소년의 행복감에 대해 걱정 가득한 기사를 내보내지 않아도 아이들이 행복할 수는 없는 환경들이다.
내가 우리나라 교육제도와 입시에 대해 평가하지 않아도
시간이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대학이 꼭 답이 아니라고, 대학으로 가는 그 길이 꼭 같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학은,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필수조건이라는 생각이 가득하다.
나도 그런 길을 지나왔으니까…
그리고 우리나라 교육에 불평을 하면서도 내 아이도 당연히 대학은 나와야 한다고 나 역시 생각하게 된다.
보육만 하던 시기를 지나 교육을 해야 하는 시기에 접어들면서
교육방향에 대한 생각은 많아졌지만
별다른 교육방법이나 진로에 대한 대안을 깊이 찾아보지는 않고 어영부영 남들 가는 길로 아이를 가게 했다.
그게 편했고, 보통의 사람인 우리에게도 보통의 삶이라고 생각했다.
자퇴를 생각하는 아이를 보며
적극적으로 자기 삶을 개척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자퇴의 길도 나쁘지는 않겠다고 생각하기도 하면서
공교육 제도 외의 교육환경들에 대한 정보들을 탐색했다.
서울시교육청과 여성가족부 산하 학교 밖 청소년 지원 기관인 ‘친구랑’과 ‘꿈드림’, 검정고시와 입시에 대해서도 알아보며 갑자기 닥칠지 모르는 현실에 대비하려고도 했다.
내신의 격한 경쟁으로 인해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자퇴를 하고 검정고시와 수능을 통해 대학으로 가는 길을 우회하고 있었고, 다행히 복지가 많이 보완되면서 자퇴생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들도 준비되어 있었다.
다양한 청소년 자율 프로그램이나 우리 집에 적용할 수 있는 홈스쿨링 사례, 그 밖에도 특색 있는 교육관과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학력을 인정해 주는 대안학교 등등
너무나 다양하고 결정하기 힘든 계획들이 필요한 정보들이 너무 많았다.
마음과 머리가 복잡했다.
보통의 길은 시간적, 물리적, 정신적으로 모두 효율적인 선택은 확실했다.
한 발 떨어져서는 너그러워도
나와 내 아이의 이야기가 되면
드라마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삼당을 받는 6개월을 포함해
아이는 계속 자퇴를 생각했고,
아이의 우울감이 깊어질수록 제도와 시간에 갇혀 지내는 학교에서의 시간들을 조금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싶어 했다.
그 시간에 공부도 하고 자기가 좀 더 하고 싶은 것을 찾는 데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싶다고.
매번 현실적으로 설득하는 부모에게는 구체적인 계획서까지 등장시켰다.
아이의 마음은 점점 더 자퇴 쪽으로 견고해져 갔다.
아이의 의지보다 불안한 건, 우울감과 무기력감이 깊어지는 상황이었다.
벗어나고 싶었던 중3을 졸업하고 새로운 고등학교 배정으로 환경과 심경이 변화되며 아이는 잠깐 반짝거렸다.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의지와 고등학생이라는 현실을 잘 조율하는 듯했다.
하지만 자퇴와 자신에 대해, 현실에 대해 많은 생각을 담았던 거의 1년여의 시간이 너무 길고 깊었던 것 같다.
신학기를 새로운 마음과 새로운 친구와 함께 잘 보내는 듯하던 아이는 3월의 끝자락에 ‘자퇴 계획서’를 내밀었다. (물론 우리 눈에는 부족함과 불안함 투성이었지만…)
진지한 마음이었고, 그 진지함의 무게에 학교생활을 유지하면 아이가 더 힘들어할 것 같다는 판단으로 나와 남편은 자퇴를 허락했다. (아이는 1월부터 병원을 다니며 약물치료를 시작했다)
5월, 아이는 길에서 벗어났고,
나는 그 길이 너무 두려웠다.
자퇴를 생각한다면
자퇴를 생각하는 많은 학생들에게는 다양한 고민들이 있습니다.
다양한 배움과 학습방법에 대한 욕구, 학교의 지나친 경쟁제도, 목표를 알 수 없는 학업에 대한 압박감, 하고 싶은 것 찾기, 학교폭력, 신체 및 정신적 질환, 스트레스, 강압적인 교육환경 등.
이 외에도 다양한 상황들이 있겠지만, 자퇴를 한다고 어려움이 모두 해소되거나 원하는 것을 바로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단순히 현재의 난관을 벗어나기 위해 자퇴를 선택하는 것은 더 큰 어려움을 더 빨리, 크게 마주할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 아이와 충분히 대화를 나누세요. 아이의 문제 상황을 잘 관찰하고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해 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시기 바랍니다.
자퇴를 완전히 결정하기 전에 학업중단숙려제를 활용해 보세요.
학업중단숙려제는 신중한 고민 없이 이루어지는 학업중단을 예방하기 위해 학생으로 하여금 학교 내에서 혹은 외부 기관에서 상담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학업중단에 대해 다시 고민할 기회를 주는 제도입니다. 학업중단숙려제 관련 지침은 시, 도별로 상이하므로 학교의 전문상담 교사나 지역교육청을 통해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실 수 있습니다.
학업중단숙려제 기간은 최소 2주~ 최대 7주 동안 학생 및 학부모가 상담을 통해 정할 수 있으며, 학생 및 학부모의 의지에 따라 숙려기간 없이 자퇴를 바로 결정할 수도 있습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과정은 의무교육기간으로 고등학교 과정과는 학적 관리나 자퇴 과정이 조금은 상이합니다. 학교 혹은 교육청에 출결이나 재취학 등에 관한 내용을 꼭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자퇴 후에도 재취학(의무교육대상자-초, 중등과정) 재입학과 편입학(고등학교 과정)이 가능합니다.
다만, 해당 학년으로 갈 수 없는 경우도 있으니 미리 교육청과 학교에 문의를 해야 합니다.
학교 밖 청소년을 지원하는 기관이 있습니다.
자퇴를 생각하는 과정에서 미리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에 대해 알아보고, 상황에 맞게 학습지원, 검정고시 등의 준비를 위한 학습 멘토링, 정서 지원, 진로 지원(자립지원), 학력 인정, 청소년 금전적 지원 제도, 부모교육, 건강 검진 등의 지원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저는 다음과 같은 청소년 지원 기관들을 알아봤습니다. (제가 사는 지역인 서울지역 중심으로 작성했으니, 대충 이런 기관들이 있다고 참고만 하시고 교육청이나 지자체에서 운영하거나 연계된 관련 지원센터를 문의해 보세요)
-학교 밖 청소년 도움센터 ‘친구랑’ -서울특별시교육청
-청소년 지원센터 ‘꿈드림’ - 여성가족부
-청소년상담복지센터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청소년자립지원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