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과 칭찬을 받는 일은 참 즐거운 일입니다.
타인이 내 행동과 노력 속에 담긴 나를 알아봐 주고 좋은 말을 해줬을 때 싫어할 사람은 없겠죠.
학교를 다니던 시절을 생각하면 그러한 인정과 칭찬에 지금보다 더 많이 힘을 쏟았던 것 같습니다.
선생님들을 진심으로 존경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너는 생각이 깊고 예의 바르구나'라는 말이 좋아 어른들 앞에서 더 신경 써서 말을 했고 내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마음 가짐보다는 '너는 이 과목을 참 잘하는구나'라는 말이 좋아 공부했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마음가짐이 좋은 결과를 냈던 적도 있었지만 상처를 받는 일도 있었습니다.
선생님들도 당연히 완벽하지 않기에 모든 학생들을 세심히 살필 수 없었죠. 따라서 때론 제가 들인 노력이나 마음에 비해 선생님들의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럴 때면 괜히 나를 더 이상 좋아하지 않는 것인가 싶었고 내가 무언가를 잘못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어 스스로를 다그치곤 했습니다.
하지만 인정에 대한 욕구는 단순히 선생님들만을 향하진 않았습니다. 선생님들뿐만 아니라 내 친구들도 나를 괜찮은 사람으로 그리고 좋은 친구로 인식해 주기를 원했죠. 따라서 위와 같은 일은 친구들과 함께 있는 순간에도 나타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자신도 완벽하지 않으면서 타인은 나를 완벽히 알아주길 바라고 그로 인해 생기는 실망으로 계속 상처받는 것이죠.
이렇게만 적으면 저만 상처를 받은 것처럼 나타나지만 사실 저로 인해 누군가도 상처를 받았을 것입니다. 당연히 그렇겠죠.
분명 모두의 마음에 항상 악의가 있을 리 없고 그럴 의도가 없었을 것임에도 계속해서 상처를 주고받는 것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선 누구나 불안정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타인의 마음을 읽을 수 없어 겉으로 드러나는 말과 표정을 보고 추측할 수밖에 없고 이해의 정도와 입장이 달라 그 추측은 매번 오차가 생깁니다. 그리고 그 오차가 임계점을 넘었을 때 다툼이 생기고 상처가 발생하는 것이죠.
그렇다면 이 불안정함을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요.
글쎄요.
타인의 불안정함은 당연히 어찌할 수가 없고 내 것도 완벽히 컨트롤할 수 없다면...
그냥 "에라, 모르겠다"하고 내버려 두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살자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만약 내가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충분히 최선을 다했고 내 마음에 최대한 솔직하게 그 사람을 대했다면 그저 그 진심이 닿길 바란 채로 내버려 두자는 것입니다.
물론 이를 위해선 최선을 다 하는 것이 전제되어야겠죠. 어떻게든 상대방의 말과 행동을 악의 없이 바라보고 최대한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이후는 하늘에 맡기는 것이죠.
그렇게 "에라, 모르겠다"하는 마음으로 기다리다가 만약 상대방이 내 노력에 합당한 반응을 보이고 마음을 써준다면 너무나 다행인 것이고 그렇지 않았다면 마찬가지로 "에라, 모르겠다"라고 말하며 넘기면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초연한 마음은 굉장히 얻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계속 타인의 반응이 생각나고 내 행동을 반추하게 되죠. 이 글을 쓰고 있는 저에게도 무척이나 힘든 일입니다. "에라, 모르겠다"의 마음가짐이 있어도 상처받는 일은 앞으로도 계속 있을 것이고 때론 지워지지 않는 흉터가 생길 때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 밖으로 소리 내어 "에이 씨... 모르겠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말하며 조금은 편해질 수 있기를 기원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