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1)

by 늘연

임신테스트기와 한바탕(?) 하고 난 후, 한동안 남편은 나를 혼자두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 같았다. 그날도 새벽 다섯 시부터 일어나 아침 식사를 챙겨주고, 출근하기 편하라고 버스 타는 곳까지 차로 바래다주었다. 꾹꾹 누르고 있었는데 참았던 눈물이 흘러나오고 말았다. 모든 게 다 힘들어서 다시 약을 먹어야 할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오랫동안 함께 했지만 도무지 모르겠는 것이 바로 우울증이다. 약은 임신 준비를 위해서 겨우 끊은 것이었다. 줄일 때부터 힘들었는데 다 끊고 나서 든 감정은 '아, 옛날의 나로 다시 돌아왔구나' 하는 묘한 긴장감이었다. 약을 복용할 때의 나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었다.


항우울제를 복용했을 때의 나는 부족하더라도 열심히 사는 사람이었다. 희망을 품고 있었고 작은 목표도 있었다. 열심히 일해서 경력을 쌓아 내가 선택한 분야에서 인정받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이 두렵지 않아서 최대한 많은 것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약을 끊은 이후의 나는, 사소한 자극 하나하나에 괴로워하는 사람으로 변해있었다. 한 발자국 떼는 것조차 많은 힘이 드는 사람이 되었다. 하고 싶은 일은 없고 당연히 해야 할 일도 겨우겨우 해내는 중이다. 씻고 먹는 것조차도 힘에 부쳐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다시 약을 복용할 수는 없다. 다시 약을 먹으면 임신과 출산이 늦어지게 되는데 더 늦출 수는 없었다.




어려움만이 나를 선택을 하게 한다.


약을 먹지 않고도 일상생활을 하기 위해 평생 멀리해 왔던 운동을 하기로 했다. 연애할 때도 남편은 함께 운동했으면 좋겠다며 권유하고 기다려주었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꿋꿋하게 움직이지 않았다.


움직이는 건 유쾌하지 않을뿐더러 좀처럼 내키지 않는 일이다. 땀을 아무리 흘려도 상쾌하다는 느낌을 받아본 적이 없다. 러닝이 유행이라는데, 도대체 어느 부분이 상쾌하고 성취감이 있다는 건지 지금도 모르겠다. 이 이야기를 남편에게 하면 갸우뚱하며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곤 한다.


나에게 러닝은 의무감이다. 앞으로 몇 년간 항우울제 복용 없이 지내려면 반드시 해야만 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지 마음에서 우러나와하는 것이 아니다. 너무너무 하기 싫지만 한숨을 푹푹 쉬면서도 의무감에 밖에 나와 짧은 거리를 정해놓고 종종걸음으로 가볍게 뛰기 시작했다.


남편은 옆에서 구호도 외쳐준다. 무거운 마음을 안고 뛰고 있었는데, '뛰면서 어떻게 사람이 말을 할 수 있지?' 의문이 들었다. 체력이 좋지 않아 조금만 뛰어도 심박수가 치솟으며 지치고, 비염 때문에 콧물이 줄줄 흐른다. 찬바람에 기도가 좁아져 기침이 난다. 그런데 남편은 어떻게 뛰면서 말을 할 수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