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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준 Dec 21. 2024

결과와 과정

결과에는 과정이 수반되는 것

저녁때부터 장맛비가 내리고 있다. 장마철에는 습도가 높고 흐린 날이 계속되어 사람들의 마음도 함께 흐려져 불쾌지수가 높아진다. 중학교 시절에 나는 모래내에서 살았었다. 지금은 은평구로 행정구역이 변경되었지만 그 당시 미개발 지역이어서 버스 종점에서 내려서 10 분 이상을 걸어가야 했다.


그러니까 대략 50 년 전 얘기다. 그 당시는 지금과 달리 도로 사정이 열악해서 자동차도로를 제외하고 일반인 통행길은 맨땅의 흙바닥이었다. 오죽하면 '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장화 없이는 못산다'라는 이야기가 있었을까!


사실이 그랬다. 비 오는 날이면 모래내 버스종점에서 내려서 도로를 벗어나 집으로 가는 길은 진흙길이 되어 장화가 있어야 했다. 지금 서울과 경기도 등 웬만한 도시에는 도로포장이 안된 곳은 눈을 씻고 봐도 찾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가끔 나는 지하철을 이용한다. 주로 출퇴근 시간대가 아니기 때문에 다행히 지옥철을 경험해 본 적은 없다. 그렇지만 콩나물시루와 흡사한 시내버스를 등교하기 위해 탔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버스 안내양이 사람들로 꽉 찬 버스 안으로 승객들을 어 넣기 위해서 버스출입구를 양손으로 잡고 안간힘을 다해 몸으로 밀어 넣는 모습을 생각하면 아찔하기만 하다.


겨우 승객들을 버스 안으로 들여 넣고 버스문을 닫기도 전에 버스는  출발하는데 안내양은 양손을 버스출입문 입구 양쪽을 두 손으로 잡고 몸으로 승객을 밀어 넣으면서 겨우 돌아서서 버스출입문을 닫고 안도의 한숨을 쓸어내리는 모습은 그 당시는 출퇴근 시간대에 통상 벌어지는 광경이다.


지금으로서는 도저히 선진 자유 대한민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대중교통으로서의 버스를 대체하는 지하철이 요즘 출퇴근 시간대에 유사한 양태를 보이고 있다. 그렇게 힘이 세던 안내양들은 이제 옛날이야기가 되었다. 그러고 보니 그 당시 안내양들은 현재의 우리나라 발전에 큰 역할을 한 것이 아닐까?


그때 버스를 타고 학교를 다녔던 학생들은 국가의 미래의 잠재적 기둥들이었고 회사원들은 가족을 위해 헌신한 가장들이었다. 모두가 잘살아 보기를 간절히 원했었고 자녀들을 대학에 입학시켜 그들의 못다 한 꿈과 가난을 물리치려는 노력들이 그 당시의 시대상황이었다. 콩나물시루 같은 초만원 버스에서 위험한 곡예를 벌였던 버스안내양들은 이제는 손주를 돌보시는 80대의 할머니들이 되셨다.


아! 이제 기억이 난다. 내가 부산에서 서울로 이사를 와서 종로국민학교 6학년으로 전학을 했는데 어느 날 단체로 연극관람을 하고 집으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탔는데 그만 반대방향 버스를 탔었다.


가다 보니 이상한 산길 같은 곳으로 가기에 뭔가 잘못되었음을 알고 큰일 났구나 싶어서 눈물을 흘리며 안내양 누나에게 얘기를 하니 나에게 10 원짜리 지폐를 쥐어 주면서 반대방향으로 가서 버스를 타고 정류장 이름을 알려 주면서 거기서 내리면 된다고 친절하게 말해주어 무사히 집으로  수 있었다.(그때는 버스 학생권 쿠폰이 2원 이었고 지금은 없어진 전차 승차권은 2원50전 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처음으로 타는  버스여서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었는데 그때 일이 이 글을 쓰면서 불현듯 기억이 난다. 거의 60년 전의 일이다. 이제나마 그 마음씨 고운 누나에게 깊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초등학교(당시에는 국민학교였다) 시절에 점심시간에는 미국에서 원조받은 옥수수 강냉이로 만든 강냉이 떡을 반별로 당번들이 교무실에 가서 강냉이 떡이 담긴 나무상자를 배급받아 나누어 먹던 기억이 새롭다. 옥수수의 특유한 달콤 구수한 냄새는 지금도 그립다.


그런 것 같다! 원인 없는 결과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문화강국이 된 오늘의 현실은 지지리도 못살았던 과거로부터 잘 살아 보자고 허리를 질끈 동여매고 시작된 것이며 여러 가지 우여곡절을 거쳐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P.S 그때는 요즘 말하는 군사독재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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