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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소민 Jul 08. 2024

나는 책 속에서 살았다

예민한 당신에게 문학을 추천합니다

내 삶에 수놓아진 글들을 지워 버려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렸던 내 일상에 수많은 책들이 없었다면, 일찍 기록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었을까?


언젠가 누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궁금증으로 어떻게 그렇게 책을 좋아하게 된 지 물은 적이 있다. 그 이야기를 하려면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해야만 한다.


어릴 적부터 소심하고 침울했던 나는 인간관계에서 무척이나 서툴렀다. 다른 친구들에게 상처를 준 만큼이나 내가 상처를 주는 경우도 많았고 누군갈 울려 버린 스스로를 견딜 수 없었다. 친해지는 방법을 몰랐을 뿐인데, 난 자꾸 도서관으로 도망치기만 했다.


어영부영 시간이 좀 지나고 나는 서투른 어린아이에서 우울한 청소년으로 성장했다. 그때 난 새벽에 잠들지 못했고 귀 밑까지 고인 슬픔이 찰랑이는 걸 느끼며 침대에 누워 있기만 했다. 그땐 모든 일이 슬프게만 느껴져 눈물을 줄줄 흘리기 일쑤였고 아무 데서나 엎어져 잤다. 사람들은 내가 젊다고, 청춘이라고 노래하는데 그런 청춘 나는 원하지 않았다. 그저 빨리 불타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책 속에 머리를 박고 활자 속에 빨려 들어가 다른 인생을 살았을 때 그제야 나는 살 수 있었다. 허겁지겁 책을 읽으며 지혜로운 작가들의 말을 내 마음 안에 들일 수 있었다. 책 속에서 나는 마법 학교를 다니는 마법사가 될 수도 있었고, 런던 시내를 누비는 멋진 탐정이 될 수도 있었으며,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헤쳐 나가다 좌절하는 개인이 되기도 했다. 책을 읽는 동안에는 현실을 잊을 수 있었다. 책을 덮으면 무척 허무한 기분이 들었지만 동시에 조금은 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듯했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는 조금은 예민한 어른이 되었다. 그렇지만 나는 성장했고, 살아남았다. 어린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확고한 신념도 얻어 문학도가 되었고 항상 읽고 쓰는 사람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브런치에 내가 읽은 책을 소개하는 시리즈를 시작하려고 한다.



혹자는 이 세상에서 문학이 가지는 필요성에 대해 질문할 수 있다.

보세요, 우리는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삶에는 재미있는 것 투성이에요. 자극, 자극, 또 자극. 얼마나 재미있으면 잠을 포기하고 게임, 드라마, 영상, 소셜 미디어를 선택할 정도라니까요. 또 정보는 얼마나 많은지요. 이 중에서 내게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고르는 것만 해도 벅차답니다. 그런 우리에게 문학을 읽으라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러분께 책을 읽어야 한다고 대답하고 싶다.  

난 문학이 가지는 고유의 힘을 믿는다. 수줍음 많고 겁 많고 우울했던 어린 나를 구했던 건 결국 책 속에서 살아볼 수 있었던 다른 이의 삶이 아니었던가. 내 개인적 경험을 제쳐 두고서라도, 문학이 하는 일은 결국 다양한 층위에 있는 타자의 삶을 비춰 보여주면서 내 세상을 넓혀 주는 일이다. 이런 대리 경험은 결코 간단한 자극에서 얻을 수 없다.


이 시리즈에서 나는 특히 내가 가장 감명 깊게 읽었던 고전 문학을 소개할 예정이다. 고전 문학이라 하면 옛 시대에 쓰여 지금까지 지대한 영향을 주는 위대한 작품들을 칭하는 말인데,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더 어렵게 느끼는 듯하다. 하지만 감히 말하건대 고전 작품들은 어렵기만 하지 않고 잘 읽어보면 재미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이 책들을 소개하는 내용을 조금씩 덧붙여 독자들이 한 번씩(혹은 한번 더) 읽어보고 싶게 만들거나 새로운 해석을 발견한 기쁨을 맛보게 하는 것이다.


내가 쓰는 일련의 글들이 여러분들께 일종의 가이드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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