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반 친구 한 명이 이름을 바꿨다. 바꾸기 전 이름도 독특했는데, 바꾸고 나서의 이름도 꽤나 독특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10년도 더 지났는데, 그 친구의 이름들은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고, 내가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우리 엄마도 이름을 바꾸는 것이 어떤지 내게 물어봤었다. 내가 고등학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가 내 사주를 멀리까지 내려가서 보고 오셨었다. 내 사주가 다 좋은데, 정말 좋은데, 딱 하나 아쉬운 게 있다고 했다. 바로 사주에 물이 너무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름에 물 수(水)나 물 하(河)를 넣으면 좋을 것이라는 말이었다.
그때 나는 내 이름이 좋다고 바꾸지 않겠다 말했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아니 성인이 되고 나서, 부모님의 품을 벗어나니 점점 힘이 들기 시작했다. 엄마 아빠가 만들어둔 온실 속에서 화초처럼 곱게 자라다가 온실 밖으로 나가고 나서야 세상이 참 무섭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만약에 진짜 이름을 바꾸면 지금보다 나아질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들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 몇 년 간은 더,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것만 같고, 뭘 해도 잘 풀리지 않고, 일은 점점 늘어가는데 인정은 하나도 못 받는 것만 같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이름이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꽤나 겁쟁이라서, 막상 내 이름을 바꾸자니 겁부터 났다. 이름이 그렇게 중요한가 싶다가도, 이름을 바꾸고 싶다가도, 바꾸면 어떻게 될지 무섭기도 하다. 그래서 그렇게 이름을 바꿀지 말지 고민만 지금 3년째 하고 있다. 다른 것도 아니고 내 이름이니, 더 고민이 많이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우선, 브런치에서 내 이름을 바꿔보기로 했다. 사주에 물이 없다고 하니 물 하(河)를 넣어서 '하진'이라고 닉네임을 지어보았다. 정말 별것 아닌 일인데. 고작 닉네임 하나 바꾸는 일인데. 그런데도 뭔가 마음이 묘하게 싱숭생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