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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선 Sep 24. 2024

사랑, 그 이끌림

사람을 움직이는 가장 큰 힘

딸 예주의 드로잉


풋내나는 사랑도 

무르익은 사랑도 

모두 사랑이다.     


보고 듣는 것 이상의

어떤 힘이 작용하는

비밀스러운 이끌림


개입해 봤자

훼방놓아 봤자

어쩔 수 없는 사랑  

   

신묘한 약이기도 하고

지독한 열병이기도 한

사랑, 그 이끌림




살아가며 단 한 번이라도 사랑에 빠져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감정이 심각하게 메말라 있거나 이리저리 재느라 빠져들 시간을 허락하지 않은 극소수의 사람을 제외하고는 누구나 겪었을 사랑. 구름 위에 떠다니는 것처럼, 물속에서 유영하는 것처럼 일상의 속도가 달라지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은밀한 경험입니다.


풍덩 빠져들고, 둥둥 떠다니는 환상적인 느낌이 온몸을 휘감고 돕니다.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사랑의 자기장을 띤 사슬에 묶이면 움직임이 2배속으로 느려지며 사랑하는 이의 몸짓이 우아해 보이죠. 소리도 윙윙 맴돌아 듣고 싶은 대로 해석하기도 하고요. 발버둥치고 허우적댈수록 더 깊이 빠져드는 늪입니다. 사랑은.


그런데 사랑이 어디 아름답기만 하던가요. 난봉꾼처럼 주변 관계를 어지럽히기도 하고,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같이 나의 전부를 내주어 한없이 누추해지기도 하는게 사랑입니다. 이제껏 겪어봄직한 고통과 달리 가슴 미어지고 찢어지는 고통을 수반하기도 하고요.


상처의 아픔을 감내하며 사랑은 사람을 성장시킵니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고 들리는 것이 다가 아닌 세상을 조금씩 알아갑니다. 아픔을 한켠에 간직한 채 일상을 살아내는 용기를, 커다란 무언가 엄습해도 굽히지 않는 절개를, 참아낼 줄도 아는 욕망의 다스림을 무심히 툭, 선물처럼 안겨줍니다.


인생을 깊어지고 높아지며 넓어지게 하는 사랑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가장 큰 힘입니다. 그 힘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이 거대하지요. 가장 값지고 귀한 것이기에 따르는 고통과 책임의 무게 또한 클 수밖에요. 지난번보다 더 아플 수 있다, 그러나 더 찬란할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 끝을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빠지고 싶은 늪, 빠져들고야 마는 마법의 세계가 사랑 안에 존재합니다. 


모든 흐르는 것은 아름답습니다. 무르익은 과실은 풋내나는 열매에게 자기 자리를 내어주는 운명을 타고 나지요. 사랑도 그 운명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 여겨집니다. 사랑도 이별도 숙명이라면 두려워 말고 그 흐름에 뛰어들어 보기로 합니다. 침몰하면 물살을 타고 침몰하며, 날아오르면 바람을 타고 날아오르며, 그렇게 나의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생을 살아보기로 합니다.



+ 딸 예주의 드로잉에 영감 받아 '사랑'에 대한 생각을 글로 이어가봤어요. 

풋내나는 사랑으로 시작했지만 결국 현재 나의 관점으로 풀어가는걸 보면, 

아무리 이성적이려 해도 사람은 정녕 감정적 동물인게 맞나봉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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