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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UK Nov 20. 2024

戀情

 그 모든 것이 너에 대한 연정이었음을 이제야 깨닫고 있는 나도, 나에게 사랑을 구원하던 너도 사무치게 슬퍼오면서도 아린 이 기분을 네가 알았으면 좋겠다.

 어떤 날은 또 슬퍼 울고 어떤 날은 기뻐 울고, 웃고. 그렇게 사계절 밖에 흐르지 않았건만 내가 너를 그 사계절이 다 지나도록 평생 잊지 못한 것은 미련도 아니요. 욕심도 아니다. 그저 사랑이었어. 그저 눈물만이 흐를 뿐이었다. 마를 새 없이 흐르는 이 눈물을 네가 보았으면 하면서도 돌아올 수도 거스를 수도 없는 네가 그저 그 자리에 머물렀으면 하고도 바란다.

 진정으로 너를 사랑하는 이라면 그저 그렇게 보내주었겠지.

 그리하여 나는 너를 놓아주지만 잊지는 않으려 해.

 나 홀로라도 일평생 너를 기억하려 한다. 그게 바로 사랑이라면 난 너를 사랑한거겠지. 마음을 쉽게 품는 사내는 아니었고 슬픔이 오래가는 사람도 아니었지만 지금만큼은 그래보려 해.

 나의 사랑아.

 너를 잊지 못하는 것은 네가 나에게 진정으로 사랑에 대해 알려주는 처음이었기 때문이고.

 비밀을 간직한 것처럼 내가 모든 것을 알기 거부했던 너의 신비로움 때문이고.

 미안하다는 말보다는 사랑한다는 말을 멀어지는 것보다는 더 가까이 와주었기 때문이야.

 후회도 집착도 정념도 잡념도 그 무엇도 아닌 난 이것을 사랑이라 부르겠어.

 그러니 대답해줘. 내 사랑에 대한 대답을.

 이미 만날 수 없는 곳으로 가버린 네게는 도움 되지 않는 허공의 메아리일 뿐일지라도.

같은 사랑으로 보답받지 못한다 하더라도.


 사랑아.

 내 말에 대답 받지 못할 사랑아.

 사랑한다고 말하지도 그립다고 말하지도 미안하다고 말하지도 못한 그 사랑아.

 너를 기억하는 건 나뿐이라 나만 사무치게 너를 사랑한다는 것이 나의 죄값이라면 달게 받을게. 그러니 너만은 나를 잊고 그곳에서 편히 쉬어라. 아니 그냥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해. 발길이 닿는 대로. 손길을 뻗는 대로. 그 길을 내가 같이 가줄 테니.

 미안하다는 말도 더 이상 떠올리지 않을게. 그 말도 너에게는 사치일 테니.

 훨훨 날아올라. 너의 사랑이 내 사랑과 같지 않음을 알려 나만이 너를 기억할 수 있게.

 모든 것이 잘못된 것만 같다. 순간이 영원할 것처럼 굴었던 나도.

 그러니 이제는 내가 보답할 차례인 듯하다. 사실은 이 보답도 날 위한 것이지. 너를 잊지 못하는 것은 결코 너에게는 좋은 보답이 아닐 테니까.

 그래도 날 기억해주려나. 잊지 않으려나. 비가 오면 웃어주려나.

 만나지 못하지만 이 모든 연정을 너에게 바칠게.

 비밀을 품고 서 있는 너를 두 손 모아 행복하길 빌게.

 그러니 너는 그 기도를 밟고 올라가 훨훨 날아가. 올라갈 수 없다면 날아가는 것이 네가 원하던 것이라면 그곳에 내 사랑이 없더라도 따라가리.

 너의 대답이 없더라도 나의 연정이 없더라도 그 뒤를 따라가리.



























연정 : 이성을 그리워하고 사모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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