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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UK Nov 06. 2024

一場春夢

우울증을 이기는 9가지 방법

요즘 나는 우울하다는 감정에 빠졌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내가 지금 우울해서 아무것도 하기 싫은 게 아니라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우울이라는 감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는 거다

연구까지는 좀 거창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름 성과는 있었다

우울증에 한때 깊이 빠졌던 적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어떤 감정인지는 아주 잘 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건 우울증의 초기 단계이고  나 자신을 혐오하고 한심하게 생각하고 죽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하는 게 중간 단계, 마지막으로는 나만의 동굴을 만들어서 우울증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할 거라는 생각과 우울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 같은 생각을 반복하는 것이다.

물론 이건 내가 겪은 우울증이라 사람마다 다른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래도 벗어나는 방법은 분명히 존재한다 내가 그랬으니까 물론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당신은 조금이라도 우울증에서 벗어나고 싶은 의지가 있고 희망이 있는 사람이다 우울증 초기에는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글을 읽어보자 우울은 마치 감기 같아서 언제든지 다시 나타나 괴롭힐 수 있기 때문이다

벗어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내가 실제로 도움이 되었던 것들 위주로 써본다


첫 번째, 잠을 잔다.

잠은 모든 만병의 스트레스를 가라앉혀주고 내 몸을 다시 리셋되도록 만드는 쉬우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래서 나는 아플 때도 잘 씻고 잘 잔다 그리고 쓸데없는 잡생각에서 나를 꺼내주기도 한다 나만의 동굴을 만들 수는 없게 만든다 잠을 자다 보면 배가 고파지고 배가 고프면 일어나 무언가를 먹게 된다 잠을 충분히 자고 일어나 보자 최소한 정신은 맑아진다

두 번째, 시간이 없다면 슬픈 영상을 보면서 또는 엄마랑 옛날 얘기를 하거나 슬픈 이야기들을 억지로 하면서 울어본다.

우는 건 참 좋은 징조이다 일단 감정이 아직 남아있고 무언가를 쏟아낼 힘은 있다는 거다 엄미랑 옛날 어렸을 때 얘기를 하다 보면 그때는 맞아 그랬지 하면서 상념에 빠지게 되고 슬퍼지기 일쑤이다 내가 좋아하는 건 이거였지 저거였지 이러면서. 엄마에게 내가 우울하다고 토로하고 엄마를 이용하는 거다 그럼 엄마는 나를 위해 맛있는 음식도 해주고 좋은 곳에도 데려다 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일부러 우울증에 빠지는 건 안된다 그게 습관이 되면 내 정신이 버티지 못한다 그저 자연스럽게 행동하자

세 번째, 모든 연락을 잠깐 끊고 당분간 SNS 앱들을 전부 삭제한다.

내가 받는 스트레스의 절반은 인간관계에서 온다 그 인간관계는 부모님 가족 친척도 포함이다 그리고 자꾸 자신과 남을 비교하면서 오는 무력감은 나를 더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게 만든다 힘들어도 SNS를 끊어보자 그러나 필연적으로 사람을 만나야 하는 직업이거나 학생이라면 일은 하지만 집에 오면 그 어떤 연락도 하지 않는다

네 번째, 음악을 듣는다.

음악이 주는 힘은 대단하다 내가 그 음악을 들었던 그 순간으로 나를 데려다준다 물론 음악을 즐겨 듣지 않는다면 안타깝지만 이 방법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또는 콘서트를 보거나 노래를 불러보기도 한다 그래도 음악을 싫어하는 사람은 드물기 때문에 넣어보았다 대신 일부러 신나는 노래를 들으면 안 된다 나는 우울할 때 류이치 사카모토 님의 피아노 소리를 들으면 우울한 노래가 아니라 오히려 신나게 느껴지는 것이 그 예이다

다섯 번째, 글을 써본다.

내 감정에 솔직한 글을 써본다 그럼 걸작이 나오기도 한다 이상하게 나는 우울할 때 글을 잘 쓰게 된다 지금도 그렇고 검은색 색깔의 감정은 참 이상하고 재밌는 감정이다 글을 써보면서 내 감정에 솔직해져 보자 솔직한 감정을 써보자 글이어도 되고 시나 노래 가사를 써도 되고 아니면 그림도 괜찮다 오늘 있었던 하루를 적어도 된다 아무거나 나불거리는 것도 괜찮다

여섯 번째, 언젠가 괜찮아질 나를 상상한다.

나도 상상이나 망상을 잘하지 못하지만 정말로 못하지만 그래도 계획을 세운다고 생각하고 상상을 해본다 나를. 그럼 과거의 나도 생각이 나고 미래의 나도 생각하게 된다 대신 우울증에 걸리면 나 자신을 싫어해서는 안된다 그냥 이건 지나가는 바람일 뿐이야 이걸 내가 잘 어루만졌다가 보내버리면 그만이야 라는 느낌으로 우울증을 사람처럼 대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일곱 번째, 과거의 트라우마를 잘 다스리자.

우울이라는 감정은 어쨌든 내가 만드는 거다 그리고 그 감정은 아마도 내가 어렸을 때 받은 상처이거나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방법이었을지도 모른다 너는 이렇게 살아야 해 이렇게 해야지 등의 압박감 또는 내가 가진 사회적 위치 또는 과거의 나와 진정으로 마주치지 못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그럴 때는 눈을 감고 내가 우울에 빠진 이유를 왜?라고 질문을 던지며 깊이 빠져본다 분명 그 내막에는 울고 있는 어린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여덟 번째, 자신이 좋아하던 장소를 가거나 밤에 하늘을 쳐다보며 별을 본다.

내가 좋아하는 장소는 바다인데 밤하늘의 별을 쳐다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내가 너무 작은 존재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이다 너무 작고 작아서 내가 멀게 아득히 느껴지면서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지 현타가 온다 물론 감정적임 사람이 아니라면 안 통할 사실이다 사실 나도 그다지 감정적인 사람은 아니지만 별이나 바다를 볼 때만큼은 그렇다 그러니까 나를 아주 작은 존재로 인식해 본다 내가 어떤 삶을 살아도 세상은 나를 모를 거라고, 그렇게 생각해 본다

아홉 번째, 나는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자각몽을 꿔본다 꿈에서는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무엇이든 그리고 여기를 꿈이라고 생각하면 나도 마치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존재라고 인식하게 된다























一場春夢 ; 한바탕의 봄 꿈

인생의 모든 부귀영화가 꿈처럼 덧없이 사라지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한낱 꿈, 부질없는 일, 쓸모없는 생각 등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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