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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서니 Jul 12. 2024

글짓기는 집짓기와 같다

신형철 평론가가 말하는 글쓰기

“그가 나타났을 때 한국 문단은 ‘비평이 더 이상 창작에 열등감을 갖지 않게’ 됐다고 평가했다.” 

-한겨레21


‘그’‘문단에서 사랑받는 평론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신형철 문학평론가입니다. 


신형철 평론가님이 쓴 <인생의 역사>부터,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정확한 사랑의 실험>까지 

모두 읽고 팬이 되어버린 1인인데요.


쓰시는 글이 워낙 좋아서..

‘글을 쓴다면 저렇게 쓰고 싶다’라는 마음을 갖게 한 분입니다. 


평론가님의 글에는 항상 ‘사람’이 있어요. 

타인의 ‘아픔’, ‘상처’, ‘고통’도 있고요.

문학에 대한 ‘사랑’도 넘쳐 나고요. 


그것을 아주 정확한 단어와 문장으로 쓰는데, 어떤.. 예술의 경지에 이른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 다들 평론가님의 글을 읽어보시면 공감하실 겁니다.) 


그런 신형철 평론가님이 

‘글쓰기’에 관해 이야기한 내용이 있어 소개하려 합니다. 




1. 인식 - 정확 - 배치


‘인식’을 생산해 내고

‘정확’한 단 하나의 문장을 찾아내며

필요한 단락을 계산해 들어가야 할 내용을 공학적으로 ‘배치’합니다. 


정확한 설명을 위해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의 내용을 옮겨보겠습니다. 




건축학을 잘 모르면서도 글짓기는 집짓기와 유사한 것이라 믿고 있다. 지면(紙面)이 곧 지면(地面)이어서, 나는 거기에 글을 짓는다. 건축을 위한 공정 혹은 준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인식을 생산해낼 것. 있을 만하고 또 있어야만 하는 건물이 지어져야 한다. 한 편의 글에 그런 자격을 부여해주는 것은 (취향이나 입장이 아니라) 인식이다. 

둘째, 정확한 문장을 찾을 것. 건축에 적합한 자재(資材)를 찾듯이, 문장은 쓰는 것이 아니라 찾는 것이다. 특정한 인식을 가감 없이 실어 나르는 단 하나의 문장이 있다는 플로베르적인 가정을 나는 믿는다. 그런 문장은 한번 쓰이면 다른 문장으로 대체될 수 없다. 

셋째, 공학적으로 배치할 것. 필요한 단락의 개수를 계산하고 각 단락에 들어가야 할 내용을 배분한다. 가급적 각 단락의 길이를 똑같이 맞추고 이를 쌓아 올린다. 이 시각적 균형은 사유의 구조적 균형을 반영한다(반영해야 한다). 이제 넘치는 것도 부족한 것도 없다. 한 단락도 더하거나 빼면 이 건축물은 무너진다(무너져야 한다).




2. Rereading - Reference - Reflection


Rereading 반복해서 읽고

Reference 참고해서 읽고

Reflection 성찰하며 읽는 것을 말합니다.


Rereading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읽고

Reflection 글 하나가 아니라, 여러 참고 문헌을 읽으며

Reflection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닌, 내면으로 가져와 자신의 경험과 만나 성찰을 해야 한다는 거예요. 


남들이 읽는 만큼, 남들이 하는 만큼만 하면 똑같은 글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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