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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슴속호수 Jul 06. 2024

나도 작가가 되고 싶다

인생 택시


 나는 작가다. 글을 쓰는 문학 작가다. 무아몽에 빠져들고 인고의 시간을 지나서 원고를 마치니 눈앞에 도원경이 펼쳐진다. 가당치도 않은 작가의 꿈에 취해서 잠시나마 행복한 고민에 빠져들어 본다. 먼 훗날의 내 모습이 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 속에서 미소 띤 상상력을 펼치며 야릇한 전율과 함께 2022년 합천군 글쓰기 교실에 들어선다.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지금까지 관련된 직종으로 일을 해왔다. 작품을 위한 글쓰기에는 근처에도 가 보지 않은 문외한이다. 단 한 번의 글쓰기가 있었다면 한국춘란을 다루는 월간지‘난세계, 난과생활의 2017년 9월호’에 두 페이지 분량의 글이 실려 있다. 난계에서 상행위로 벌어지고 있는 가짜와 편법 등을 질타하는 벼랑 끝 호소문을 대필로 부탁받아 허접한 솜씨로 써 준 것이었다. 글쓰기 수준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관을 가지고 흑과 백을 따지는 글일 뿐이었다. 


 아내는 이러한 행위도 좋아 보였던지 글쓰기 교실에 배우러 가자는 것이다. 작품이라고 착각하면서 글을 쓴 것이 있다면 아내에게 바친 시 나부랭이들이 전부일 것이다. “글을 쓰는 것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고 얼마나 힘든 일인데”하면서 안 간다고 버텨보았다. 꼬드기는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글쓰기 교실이 개강한지 2달이 지나서야 입문하게 된다. 


 수필과 관련된 글쓰기 교실이었다. 나는 수필을 잘 모른다. 기껏해야 에세이 형태의‘좋은생각’이라는 월간지를 간혹 읽은 것이 전부이다. 이것마저도 젊은 시절 잦은 출장길에 긴 시간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다. 


 수업이 이상하다. 지도 교수님의 짤막한 강의가 끝난 후 곧장 수강생들의 작품 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본인이 작성하여 제출한 글을 직접 발표하게 하여 모든 이가 빠져들도록 한다. 고뇌 끝에 써 가기고 온 글쓰기의 보상 시간인 것 같았다. 아니다. 글을 읽어 내려가는 발표자들의 표정에는 행복과 기쁨으로 그 시간을 즐긴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곧이어 참석자들의 다양하고 예리한 합평이 시작된다. 


 내가 상상한 수업이 아니다. 수필이란 이런 것이다. 수필은 어떻게 써야하는가? 강의가 무르익어갈 때 글을 작성해서 중간 평가를 받는다. 평가 후 나머지 수강으로 부족한 면을 배우면서 수정 보완하는 과정을 거쳐서 질 좋은 작품으로 완성해 간다. 일상적인 강의 방식을 상상했었다. 교재 위주의 진도 빼기가 아니라 수강생 작품 위주의 합평 방식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진행한다. 나에게는 첫 수업시간이었지만 묘하게 빠져들었다. 


 첫 강의를 마치고 한주를 지나는 동안 만감이 교차하면서 혼돈의 시간이 찾아왔다. 이대로 가다가는 수업의 흥미는커녕 작품 하나도 못 써보고 듣기만하다가 끝나는 게 아닌가. 중도하차하는 불명예스런 일이 발생하지나 않을까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아내의 바람대로 글을 써볼까. 그래 한번 도전해보자. 객이 아닌 주체가 되어 작품을 위해서 글을 쓴다는 게 어떤 감정인지 알아가고 싶어진다.


 수필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한다. 지도교수님의‘수필문학의 이론과 창작’이라는 교재에 선을 그어가며 읽고 또 읽어본다. 수필과 관련된 모든 내용을 인터넷을 통하여 낱낱이 찾아본다. 수강생들이 발표한 글에 받아 적은 합평 내용을 음미하며 다시 읽어본다. 알듯 모르듯 작품의 내용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한주가 가기 전에 하나의 글을 써 내려간다.


 두 번째 참석한 수강시간이다. 첫 번째로 도전하는 글을 읽어 내려간다. 나의 초등학교 시절과 관련된 글을 듣고 모든 분들이 응원하는 뜨거운 반응이 일어났다. 나의 영혼은 은하적도의 주변을 돌면서 우주를 유영하는 듯하며, 한줄기 밝은 빛은 육신에게 비추는 듯하였다. 비록 조잡할지라도 잘 쓰고 못쓰고의 문제가 아니라 수업 방식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된 것이다. 신바람이 나니 소재가 막막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뭔가를 이룬 것처럼 흐뭇해하면서 나름 소재들을 정리해 나가기 시작한다. 


 두 번째로 쓴 글을 발표하게 된다. 이웃 스님의 젊은 시절 서리에 얽힌 이야기를 듣고 이를 소재로 쓴 글이다. 돼지서리 내용의 진위가 생겨 설왕설래하면서 신뢰성 문제가 발생하고 만다. 순간, 나의 영혼은 우주 미아가 되어 멍 때리게 되고, 굳어버린 육신은 명현현상 반응으로 잠시나마 깨어나게 된다. 제3자의 얘기를 듣고 글을 쓴다는 것은 정확한 검증 과정 및 발표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독특한 수업 방식 덕분에 수필에 대한, 작품에 대한 수많은 생각을 하게 되며 재미를 더해가게 만든다. 때에 따라서는 자료에 대한 수집과 검증도 필요로 한다. 스스로 깨우치고 성숙해 가면서 글쓰기와 작품의 완성미를 높여 가도록 만들어 주는 것 같다. 앞으로 글쓰기를 계속한다면 올해 안으로 글의 방향과 정체성을 확립해야겠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어이없게도 이런 생각까지 들다니 진짜로 작가가 되고 싶은가보다. 나를 이렇게 만든 강의 제목을 글쓰기 교실이 아니라 지도 교수인 백남오 교실 또는 백남오의 수필시간이라고 하고 싶다.


 성명 뒤에 따라오는 작가라는 명칭은 적어도 나에게는 그 자체가 존경심을 불러일으켰고  부러움의 존재로 여기고 있다. 수많은 문학작품 세계에 빠져있다 보면 작가들의 경이로움까지 엿볼 수 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어떻게 이러한 표현을 할 수 있을까. 철학, 공감, 진리, 사색, 상상력, 공상, 추억, 삶의 지혜 등 이루 표현 할 수 없도록 감수성을 자극하고 세상 살아가는 진리들이 나온다. 글쓰기 교실에 입문하기 전까지는 글을 써보라는 아내의 말을 듣지 않았다. 강의에 참석하는 순간부터 글을 쓰고 싶은 욕망이 용트림 쳤다. 갓난아이에게 겁도 없이 꿈을 심어 준 것이다.


 지금의 나의 꿈은 소박하다. 얼른 걸음마를 떼고 유치원에 입학하고 싶다. 그래야 다음 단계로 올라 갈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나의 꿈은 원대하다. 나도 작가가 되고 싶다고 감히 말 할 수 있을까. 언젠가는‘나는 작가다’라고 말 할 수 있을까. 


 오늘도 나는 다가오는 가을하늘을 향하여 새로운 비행을 꿈꿔본다. 하얀 숨결위에 솟구치는 수필의 열기와 함께 꿈꾸는 아름다운 비행을.


2022년 8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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