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진료지원간호사(?)
일단 발행하고자 맘을 먹은 후 이 글의 발행이 늦어진 점에 대해 독자분들께 죄송하단 말씀을 드리고 싶다.
하지만, 이 글을 시작하기까지 많은 생각과 다짐 또 다짐이 필요했단 점도 알아주셨으면 한다.
2024년 의료파업과 더불어 핫이슈로 떠오른 'PA nurse'에 관한 글을 쓰고자 하니, 손가락이 쉽게 키보드에서 떼어지질 않았다. 어떤 여파를 몰고 올지, 혹은 궁금증을 해소할 지나가는 글이 될지 모르지만 말이다.
말 그대로 PA간호사는 수술실이나 임상전담으로 2000년 초부터 '관행'처럼 활용되고 있는 간호사다, 관. 행.
네이버에 'PA'라는 단어만 쳐도 지식백과에선 외래, 병동, 중환자실, 수술실 등에서 의사를 대신해 처방, 수술지원, 검사 등을 맡고 있는 1만 명의 간호사란 문단으로 묘사된다.
올해 여론을 휩쓸고 있는 '의료파업'에 관해선 숟가락을 얹어 내 의견을 말할 생각은 없다.
하나, "우리 병원은 파업을 안 하더라. 너희는 걱정 말고 파업하여 권리를 주장해라"라는 몇몇 분들의 말씀엔 동의하지 않는다.
자, 이제 내가 어떤 업무를 맡은 '진료지원간호사' 인지 말 할 때가 된 것 같다.
'KTS - Kidney Transplant surgery' 말 그대로 외과 산하의 신장이 망가졌을 때 행하는 모든 수술을 맡는 과이다.
'신장'이란 쉽게 말해 온몸의 여과장치인데, 이런 신장이 망가지면 여과를 못하게 되고 소변으로 독성이 빠져나가지 못하여 요독이 쌓여 부종, 호흡곤란, 고혈압 및 각종 증상이 나타난다.
그럼, '투석'이라는 것을 통해 요독을 인공적으로 빼주는데, 쉽게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첫째, 복막투석. 복막 투석은 복강 내에 특수한 도관을 삽입하여 투석액을 주입하고 배출함으로써 투석치료를 하는 것으로 치명적인 단점으로 '복막염'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
두 번째, 혈액 투석. 혈액 투석은 정맥과 동맥을 이어 혈관의 크기를 비정상적으로 키워, 큰 바늘 두 개를 찔러 온 몽의 혈액을 혈액투석기계를 통해 주 3회 정도 3-4시간 동안 투석하는 것으로, 단점으로는 통증 그리고 바늘 삽입부위의 염증 가능성이다.
투석을 안 하는 방법은 없느냐, 있다. 바로 신. 장. 이. 식
신장이식은 생체와 사체로 나뉘는데, 보통 형제, 자매, 부모님과 유전자 검사를 통해 가장 일치하는 분의 신장을 기증받거나, 신장이식대기자로 대기하여 유전자가 맞는 뇌사기증자분이 생겼을 때 신장이식을 받는 것이다. 여기서 알아야 할 점은 혈액형 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뇌사자대기는 보통 10여 년이 걸리기에 즉 위에 언급한 1,2의 수술을 시행하여 투석을 10년간은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잠깐, 여기서 내가 하는 일은!
위에 언급한 세 가지의 수술을 도맡아 어시스트한다, 수술이 없는 날엔 병동환자도 함께 보면서 말이다.
내게, 아니 누구에게든 가장 치명적인 단점은 1년 365일 24시간 대기해야 한단 점이다.
언제 뇌사기증자분이 생길지 모르기에, 휴가를 내지 않는 한 내게 주말, 평일, 휴일은 없다.
오 나의 Holiday!
여기서 주목할 만한 흥미로운 점은, 내가 이 일을 꽤 즐긴다는 것.
수술이 생겼다면? 솔직히 스케줄이 다 꼬이는 점이 좋진 않다, 동시에 양면적으론, '어느 병원 기증자분일까? 이번엔 어느 지역을 가나?' 그리고 수술이 잘되어 소변량이 양호할 때의 쾌감.
안다, 약간 변태적이고 은은하게 돌아있는 점.
하지만 세상은 약간 돌아있어야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법.
그래서 나의 업무는 내겐, 사랑하면서 증오하는 딱 말 그대로 '애증'의 관계이다.
보통 한 수술엔 교수님, 그리고 두 명의 어시스트가 필요하고, 현재 우리마저 빠지면 수술이 불가한 그런 상황에 '너희도 권리를 주장하며, 파업하란' 몇몇 분의 말씀은 환자, 교수님,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안될 일이고 안될 일이다.
오늘 길게 이야기 한 이유는 앞으로 특히, 뇌사기증자분과 관련된 일화를 각색하여 연재할 예정이라, 지루했을지도 모를 설명을 드렸다.
자, 한 가지만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다.
나는 나의 일을 사랑한다, 동시에 증오하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