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점이 될 수 있는 네 가지 단문
상투적이지만, 연애는 인생의 전부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연애가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사는 이들이 여럿 있었죠.
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에는 ‘엘리자베스 베넷’과 ‘미스터 디아시’가 등장합니다. 처음에 이들은 서로에 대해 많은 오해와 편견을 갖고 있었습니다. 베넷은 디아시의 오만한 태도를 경멸했고, 디아시는 베넷의 사회적 위치가 낮다는 점을 우습게 여겼죠. 시간이 지나며 두 사람은 서로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하고 오해를 풀어갑니다. 다아시는 엘리자베스를 위해 자존심을 내려놓고, 엘리자베스는 그의 진심을 이해합니다. 결국 두 사람은 서로의 결점을 받아들이고 사랑을 바탕으로 결혼하며 행복한 결말을 맞이합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레프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에서 ‘안나’는 결혼한 상태에서 젊은 장교 ‘브론스키’와 사랑에 빠집니다. 그녀는 사회적 규범과 대중의 시선, 자신의 평판을 모두 포기하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연애를 선택합니다. 시간이 지나고, 결국 그녀는 기차에 뛰어들어 자살합니다.
유명한 소설 속 주인공을 예시로 들었지만, 비단 고전 작품에서 찾지 않아더라도 우리 주변에서 연애와 사랑으로 울고 웃는 모습은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 우리들에게, 연애가 마치 ‘짐덩이’처럼 느껴지는 우리들에게 기준점이 되는 몇 가지 단문을 소개합니다.
하나, 솔직하게 표현하기와 비난하기를 구분합시다.
감정을 솔직히 털어놓는 건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상대방을 공격하거나 비난하지 않는 방식으로 표현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네가 이렇게 하니까 내가 화날 수밖에 없잖아"라는 말 대신, "네가 이런 행동을 할 때 나는 상처받고 속상해"라고 말하는 게 더 낫습니다.
심리학자 칼 로저스(Carl Rogers)는 <비지시적 상담>에서 ‘공감적 이해’와 ‘무조건적인 긍정적 존중’을 강조했습니다. 공감적 이해라고 말하니까 거창하고 대단한 것처럼 보이겠지만, 그냥 상대방의 편에 서라는 것입니다. 무조건적인 긍정적 존중 또한 비슷한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상대방을 (요즘 말로) ’억빠‘하라는 것이죠.
이 두 가지가 발휘되면 우리는 상대방의 감정을 판단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되고, 나의 감정을 솔직히 전달하는 태도를 가질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방식은 갈등을 부드럽게 풀어가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둘, 상대방 입장을 이해하려고 애쓰기
갈등이 생겼을 때, 흔히 보이는 모습 중 하나가 바로 방어적 태도입니다. 갈등을 해결하는 가장 빠른 길은 이 방어적 태도를 어떻게 파훼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갈등이 생겼을 때 상대방이 왜 그렇게 느끼는지, 어떤 입장인지 들어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는 방어적인 태도를 줄이고, 서로를 더 가까이 느낄 수 있게 도와줍니다.
사회심리학자 로버트 치알디니(Robert Cialdini)는 ‘상호성의 원칙’을 강조하며, 상대방에게 공감하고 이해하려는 태도가 관계를 개선한다고 했습니다. 내가 먼저 상대방의 입장을 들어보면, 상대방도 내 말에 귀 기울일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앞서 언급한 엘리자베스와 다아시가 좋은 예시입니다. 처음엔 서로를 오해하지만, 대화를 통해 상대방의 진짜 의도와 입장을 이해하면서 사랑으로 발전하죠. 이는 갈등 해결에서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셋, 구체적인 변화 요청하기
이것은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어려운 수순입니다. 왜냐하면 앞서 언급한 것들이 모두 충족될 때 비로소 효과를 발휘하는 단계이기 때문이죠. 단순히 변화를 요청하는 것 자체는 너무 쉽습니다. “엄마, 내 방에 들어오지 마! “ ”밥 좀 깨작깨작 먹지 마! “ ”내 앞에서 꺼져!‘ 같은 말로 상대방에게 ’ 변화‘를 요청하는 것이 얼마나 쉽던가요? 하지만 이런 식의 변화 요청은 실제 변화를 이끌어내기는커녕 우리들의 감정 분풀이 정도로 쓰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정말 상대방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은 앞선 조건들이 모두 충족되었을 때 가능합니다.
행동주의 심리학에는 ’ 강화(Reinforcement) 원리‘가 있습니다. 구체적인 행동 변화를 유도하려면 명확한 요청과 긍정적인 피드백이 필요하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상대방이 내가 원하는 변화를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게 하는 구체성이 중요합니다.
넷, 관계 지속을 고민하기
갈등이 반복되고 상대방이 변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관계를 계속 유지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내 행복과 정신 건강이니까요.
심리학자 존 가트맨(John Gottman)은 "관계의 네 가지 징후" 이론을 주장합니다. 그에 따르면, 관계가 파괴되는 신호가 있는데 바로 ‘비판, 경멸, 방어, 벽 쌓기’입니다. 특히 상대방이 방어적이거나 소극적이라면, 관계가 건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대부분 이 경우 관계를 재평가하는 게 필요합니다.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의 『데미안(Demian)』이 좋은 예시입니다. 주인공 ‘싱클레어’는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 내면의 갈등과 외부 관계를 돌아보며 성찰하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해로운 환경을 떠나기로 결심합니다. 새가 알을 깨고 나오듯이 말이죠. 이는 성장과 행복을 위해 관계를 정리하거나 재정립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보여줍니다.
연애라는 것이 참 쉽지가 않습니다. 어느 예술가의 말을 빌리면, 사랑은 천국의 문을 살짝 엿보는 것과 다름없다고 하죠. 연애가 쉽지 않다고 해서 연애를 포기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 천국을 엿보고 싶기는 마찬가지 일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