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쿵쿵
동물에 따라서는 후각, 시각, 또는 미각을 느끼지 못하는 동물들이 있다고 하는데, 청각이 없는 동물은 거의 없다고 알려져 있다. 그만큼 청각이 동물의 생존에 중요하기 때문에 진화의 과정에서 잘 보존된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시각은 눈이 빛을 향해야만 느낄 수 있지만 청각은 360도 모든 방향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다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눈을 감은 상태, 대표적으로 잠을 자는 동안에는 시각은 차단될 수밖에 없는데 청각은 여전히 기능을 유지한다. 잠을 자고 있는 동안에도 청각이 유지되는 것은 포식자의 접근을 감지하기 위해서일 가능성이 높다.
잠은 깊은 잠(Non-REM sleep)과 얕은 잠(REM sleep)으로 나뉜다. 깊은 잠을 자는 상태에서도 청각이 유지되는 것은 풀리지 않는 의문이었다. 김대수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팀과 김정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사팀의 연구에 따르면 깊은 잠을 잘 때도 청각이 유지되는 것은 깊은 잠을 잘 때는 얕은 잠을 잘 때와는 다른 뇌의 경로를 통해 소리가 전달되기 때문이라고 한다(https://m.mk.co.kr/amp/10651455). 주변에 잠귀가 유난히 밝은 사람이 있다면 이 경로가 잘 발달되어 있는 사람일 텐데 야생에서도 잠귀가 밝아 생존을 잘했던 조상의 후예일 수 있겠다. 새벽에 아기가 울어재끼는 상황을 떠올려 보자. 보통 엄마는 바로 잠에서 깨서 아기를 살펴보지만 아빠는 코를 골며 옆에서 자고 있다. 엄마가 잠귀가 밝아서 깬 것일까? 그렇다면 여성이 남성보다 잠귀가 밝을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세워볼 수도 있을 거 같다. 그런데 구글링을 해봐도 이런 것을 궁금해한 연구들을 찾지는 못했다. 그래서 아쉽게도 아빠가 잠귀가 어두워 못 깬 것인지 아빠도 깼는데 모른 채 하는 것인지 알 수는 없었다.
청각은 8번 뇌신경, 전정와우신경(vestibulocochlear nerve)을 통해 뇌로 전달이 된다. 소리는 다르게 말하면 공기의 움직임이다. 공기의 움직임은 고막(tympanic membrane)을 진동시키고, 고막에 닿아있는 3개의 귓속뼈(망치뼈, 모루뼈, 등자뼈)가 이 진동을 증폭시켜 달팽이관으로 전달한다. 이 진동은 달팽이관 안의 림프액을 진동시키고 청세포가 이것을 감지하게 된다. 청세포는 겉에 털을 가지고 있다. 털이 진동에 의해 흔들리는 것을 전기신호로 바꾸어 이 전기신호를 전정와우신경을 거쳐 뇌로 전달한다
포식자가 많은 환경에서 사는 동물을 상상해 보자. '만약 내가 자고 있는데 포식자가 다가오면 어떻게 하지?'라는 불안감을 항상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잠귀의 민감도를 높여야 할 것이다. 비록 자는 동안 들려오는 모든 소리가 포식자가 다가오는 소리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만약의 한 번이 포식자의 접근 때문에 나는 소리라면 바로 생존 실패로 이어질 테니까. 잠귀의 민감도를 높이려면 우선 고막의 긴장도를 증가시키면 될 텐데 고막에 닿아있는 망치뼈에는 고막긴장근이라는 근육이 붙어있고 이 근육이 수축하면 고막이 팽팽해진다. 이 근육은 5번째 뇌신경인 삼차신경(trigeminal nerve)에 의해 수축과 이완을 하는데 안타깝게도 우리가 의식적으로 조절하기는 어려운 근육이다.
고막의 긴장도가 증가되어 있으면 포식자가 접근하는 소리 말고도 평소에는 민감하게 느끼지 못했던 소리까지 감지하게 될 텐데… 수많은 소음이 존재하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불안감이 많은 사람이라면 상당히 불편할 것 같다. 실제로 불안감이 높은 사람은 큰 소리에 깜짝 놀라는 ‘놀람반사(startle reflex)’의 민감도가 증가하여 비교적 작은 소리에도 깜짝 놀라기도 하고, 같은 소리를 다른 사람들이 듣는 정도보다 더 크게 듣기도 하고, 자신의 몸 안에서 혈관을 통해 전달되는 심장박동의 진동까지 듣게 되기도 한다. 세상의 진동은 변화한 게 없는데, 불안이라는 증폭기 덕분에 작은 진동까지 느껴버려 다른 사람들과는 세상을 다르게 느끼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