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안식처

by Aroana

안식처: 편히 쉬는 곳


나에게 있어 안식처란 줄곧 책과 함께하는 장소였다. 학창시절에는 교실을 제외하면 도서실을 가장 많이 드나들었고 대학교 때도 틈만 나면 도서관을 자주 이용했다. 독서를 취미로 가진 덕분에 도서관의 차분한 분위기를 만끽하는 것을 좋아했다.


서울로 올라온 이후부터는 종로의 대형서점들이 곧 내 안식처가 되어 주었다. 앉아서 하루 종일 책을 읽어도 누구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었고 연중 무휴, 늘 동일한 시간에 오픈 및 마감을 하기에 이용하기에도 편리했다. 매일 나오는 신간들을 눈치 보지 않고 읽을 수 있는 점이 대형서점의 매력이다. 기쁘거나 슬프거나 외롭거나 우울하거나 서점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나를 친구로 맞이해 주었다.


내가 서점을 좋아하는 이유는 내가 지닌 마음의 기분을 책 속의 저자들과 교감할 수 있어서다. 친구가 없어 혼자 있는 허전함을 에세이 안에 있는 저자들의 이야기로 채우다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내 감정은 저자가 느끼려하는 감정과 동화 된다. 그들이 슬퍼하면 나도 슬프고 그들이 역경을 이겨내면 나도 덩달아 기뻐진다. 그렇게 그들의 이야기에 흠뻑 빠지다 보면 나는 또 좋은 친구를 사귄 것 같은 마음에 뿌듯함을 느낀다. 비록 만남이 아닌 글을 통해 느끼는 교감이었지만 누구보다 비밀스런 이야기에 접근했고 다른 사람이 못지 않게 저자의 삶을 경청했다. 표현하고 싶어하는 사람과 감상하고 싶어하는 사람간의 만남이 이뤄지는 곳. 그 곳이 바로 서점이고 내 유일한 안식처다.


서점에서 한 바탕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럴 때는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내 한글 문서를 연다. 그리고는 오늘 있었던 이야기, 갑자기 말해보고 싶었던 주제, 복잡하게 얽힌 내 생각들을 읽기 가능한 문자로 만들어낸다. 좋은 문장을 쓴 것에 만족감을 표했다가 여기저기 비문 가득한 글에 실망하는 과정을 반복한 끝에 블로그에 올릴 수 있는 글 한편이 완성된다. 내 글을 썼다는 성취감은 '잘 씀'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부정적인 감정들을 해소시켜주는 역할을 해준다. 그것은 독서와는 다른 매력이다. 독서가 마치 한 편의 영화를 시청하는 것이라면 글쓰기는 영화를 감상하다 내가 영상을 한 번 만들어 보는 방식이다. 감상과 제작, 서점은 그렇게 두 가지 서로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매우 특별한 장소다.


서점을 통해 나는 저자가 공들인 최고의 결과물을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커피 값 정도?)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내 첫 책 거의 대부분의 글쓰기 역시 이 곳에서 만들어졌다. 이곳 안식처에서는 속마음을 털어 놓을 친구가 없어도 결코 우울하지 않고 아침부터 저녁 내내 있어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언제가도 포근함으로 나를 안겼다.


여기까지가 코로나가 터지기 전 내가 느낀 서점에 대한 묘사이다. 코로나가 터지고 서점에서의 좌석이 제한됨에 따라 나는 또 나만의 안식처를 찾아야 했다. 그리고 현재는 동네 도서관이 서점의 역할을 대신해주고 있다. 비록 이들에서 서점 특유의 기운과 신선함을 맛보기는 어렵지만 또 나름대로는 내가 쉬고 달릴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부분이 많다. 대부분은 독서보단 글쓰기를 위해 애용하는 공간으로 쓰고 있다.


문득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의 안식처가 궁금하다. 여러분도 나와 비슷한 느낌을 지니는 특별한 장소가 있는지 공유하는 시간을 가져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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