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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맑음 Aug 18. 2024

[에세이] 5화 보물을 담은 이름

5화 보물을 담은 이름


가장 가치가 있는 보물을 이야기할 때 흔히 다이아몬드를 이야기한다. 재밌는 사실은 다이아몬드는 그저 탄소 덩어리라는 것이다. 실제로 다이아몬드는 어떤 원소를 품었는지와 상관없이 사람들은 다이아몬드를 사랑한다.


내 이름은 평범한 편이다. 부모님께서 이름을 정할 때 당대에 흔했던 이름 중 하나를 참고한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거기에 담긴 한자는 평범하지 않았다. 불용한자라고 불리는 이름에 쓰지 않는 한자가 두 가지나 들어간 이름이기 때문이다.


평범한 이름에 담긴 한자어는 [보석]을 의미한다. 본명을 이야기해줄 순 없지만 내 이름도 [다이아몬드]처럼 아름답고 빛이 나는 보물이란 뜻을 품고 있다.


안 좋은 일이 생기면 늘 이름 때문이라고 믿는 어머니가 역술가를 찾았다. 그가 풀이해준 이름의 뜻에서 공감이 되는 부분이 있었다.


보물이란 이름은 타인이 보기에는 빛이 나고 탐이 나서 자꾸 손을 뻗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보물은 자신의 탓이 아님에도 손을 뻗는 사람들로 인해서 고통을 받는다고 한다.


가끔 빛이 나는 사람들은 광채를 품었다는 이유만으로도 시기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왕관이라고 하기엔 과하지만, 왕관을 쓰는 사람들이 그 무게를 견디듯이 빛을 뿜어내는 사람은 미움도 같이 견뎌야 하는 것 같다.


여기서 [인공다이아몬드]를 만드는 과정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1단계: 탄소 원료 준비하기

고온고압 법으로 만들어지는 주요 원료는 흑연(탄소)이다.


2단계:압력과 열 가하기기

탄소 원료는 56 Gpa(기가 파스칼) 이상의 압력과 1, 3001, 600℃의 고온에 노출된다. 이러한 극한의 조건은 다이아몬드의 형성을 촉진한다.


3단계: 결정화

고온고압 상태에서 흑연이 다이아몬드로 전환되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다이아몬드 씨앗을 사용하여 결정 성장을 유도한다.


4단계: 냉각 및 추출

다이아몬드가 형성되면 압력과 온도를 서서히 낮추고, 다이아몬드를 추출한다. 이후 표면 처리 및 연마를 통해 최종 제품을 완성한다.


탄소가 인공다이아몬드가 되는 과정은 고난이 함께하는 것 같다. 인간도 비슷하게 보석이 되는 모양이다.


탄소가 다이아몬드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고압과 고온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편안한 주변 환경에선 탄소는 다이아몬드가 될 수 없다.


인생이란 여로를 걷다 보면 숨은 장애물이 속속 튀어나온다. 화가 나고 좌절하게 될 때가 있다. 그럴 때에 나는 보석이 되는 중이라는 생각하게 된다.


결국에 난 보석이 되었을까? 아마 아직 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빛을 내는 모양이다. 주변인들이 시기 질투를 한다면 내가 충분히 잘살고 있어 보이는 것이 아닐까?


빛이나 보인다면 예뻐해 주거나 함께 길을 걸어갔으면 좋겠다. 그러나 자기가 있는 진흙으로 끌어내리려는 사람이 있다. 가끔 제 미움을 진흙처럼 던지며 광채를 숨기고 진흙 덩이로 보이기를 원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빛을 내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나는 정답이 비슷한 것 중에서 돋보이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취업을 준비하던 시절, 인상 깊게 들었던 강의 내용이 있었다. 면접에서 합격하기 위한 비법 중의 하나였는데 면접에서 눈에 띄는 사람은 두 가지 타입이라고 한다. 첫 번째는 튀는 사람이며, 두 번째는 돋보이는 사람이라고 한다.


눈에 튄다는 것은 어딘가 불편한 요소가 있다는 뜻이라고 한다. 누군가에겐 통통 튀는 매력이지만 누군가에겐 앞뒤 분간 못하고 달려드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는 말이다. 그에 반해 돋보인다는 것은 호불호의 요소가 없이 은은한 매력을 뿜어내는 것이라고 했다.


그 당시에는 내가 그동안 튀었던 사람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눈에 불편했기에 미워했지 않을까. 그래서 돋보이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다.


튀었건 돋보였건 간에 나를 힘들게 했던 일 중에는 ‘일’에 대한 것을 빼놓을 수 없다. 아르바이트하건 인턴을 하건 취업을 하건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넌 뭔가 달라.”라는 말이었다. 주로 상사들과 어르신이 나를 좋아했던 것 같다.


상사들에게 귀염을 받아서 동료들이 싫어했다. 동기들 뿐만이 아니라 1~2년 차이가 나는 선배들은 특히 날 싫어했다. 자신을 제치고 승진하거나 인정을 받을 것 같다는 지레짐작 때문이었던 것 같다.


“쟤는 뭐가 다르데?”

“뭘 얼마나 잘하나 두고 보자. 절대 안 도와줄 거야.”

“언제 실수하나 두고 보자.”


20대 시절에는 내가 무언가를 잘못해서 나를 싫어하는지 알았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미움의 바탕에 깔린 그들의 심리가 질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질투와 시기라는 부정적인 에너지는 사랑과 닮아있는 것 같다. 나를 미워하는데 사랑하는 것만큼의 시간을 투자한다.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뒤에서 쑥덕거리는 것을 좋아한다.


아직도 이해하기 힘든 감정이지만 그저 나를 짝사랑하지만 받아주지 않아서 미워하는 무리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야 내 마음이 편해졌기 때문이다. 이것이 돋보인다는 것에 담기는 무게인 모양이다.


사람을 좋아하지만, 사람을 잘 믿지 않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인 것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를 싫어하는 사람보다 좋아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알면서도 나를 싫어하는 사람 때문에 마음이 아픈 것은 내 성격탓인것 같다.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 없는데 사랑받길 원하는 것 같다. 인생에 10명의 사람이 있다면 아무 이유 없이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3명, 아무 이유 없이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3명,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바뀔 수 있는 사람이 4명이라고 한다.


내가 어찌할 수 없다면 나만의 이유를 붙이기로 했다.


“내가 너무 귀여워서 그런가.”

“저 사람의 슈퍼스타는 나인가보다. 슈퍼스타라면 악플도 견뎌야지.”


그 사람의 무대에서 나를 악역이라도 주연에 세워주다니! 힘이 든 이유가 주연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덜 억울했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은 자격지심이다.


자격지심(명사) : 자기가 한 일에 대하여 스스로 미흡하게 여기는 마음.


자신을 미흡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 아니지만, 그 감정으로 인해서 타인을 깎아내리게 되는 것이 싫다. 남이 더 가졌다고 내가 덜 가지게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인 것 같다.


한 움큼이건 한주먹이건 내 손에도 쥐고 있는 걸로 타인을 질투하고 싶지 않았다. 키처럼 쌓인 황금과 진수성찬이 부럽진 않았던 것 같다. 손에 쥘 정도의 황금과 한 끼의 떡볶이가 있으면 행복했기 때문이다.


떡볶이는 맛있다. 매운 떡볶이, 로제 떡볶이, 바질 크림 떡볶이, 마라 떡볶이.


사람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선 떡볶이만 있어도 되는 것 같다. 세상에서 제일 쉬운 일은 행복한 사람이 되는 일이다. 떡볶이를 살 만큼의 현금만 있으면 나는 행복하다.


내가 행복할 이유를 찾자면 여러 가지가 있다. 더울 때 시원하고 추울 때 따뜻할 정도의 집이 있고 가끔 떡볶이도 먹을 수 있고 치즈케이크도 먹을 수 있으면 쉽게 행복해진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 수 있고, 고양이는 늘 주변에 있다. 친구가 많지 않지만, 대부분의 친구가 선하고 좋은 사람이라서 행복하다.


어릴 땐 자주 행복하다고 이야기했는데 그걸 안 하게 된 것은 안타깝게도 누군가의 질투 때문이었다. 그날도 아이스크림을 먹어서 행복한 20살의 내가 있었다. 입 밖으로 내 행복을 꺼냈다.


“누가바 오랜만에 먹었는데 너무 맛있다. 행복해.”

“넌 왜 자꾸 행복하다고 말해? 네가 별거 아닌 거로 행복하다고 자꾸 말해서 짜증 나. 내 기분 망치지 마.”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나쁜 사람이었다. 그때에는 내 행복이 그 사람을 불편하게 만든 줄 알았다. 그래서 행복하단 말을 입 밖으로 잘 꺼내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시시때때로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내 행복이 내 마음에 달려있다니 참 다행이다. 무엇인가를 더 가져야 행복할 수 있다면 언제 행복을 손에 넣는 것일까?


모든 것을 가질 수 없지만 내 마음은 내 소유이다. 산책하던 중 발견한 들꽃이 예뻐서, 올려다본 하늘에 강아지 모양 구름이 떠 있어서 행복하다.


보석 이야기를 마저 하자면 진흙이 묻어도 괜찮다. 왜냐면 나는 이미 보석이기 때문이다. 내 가치는 진흙이 묻는다고 가려지지 않고 물로 깨끗이 씻어내면 여전히 빛을 뿜어낸다.


직장 생활에서 마주하게 되는 지나치게 눈에 띄는 후배를 발견하면 걱정을 먼저 하게 된다.


‘그 지난한 미움을 잘 견딜 수 있을까?’


당신이 힘든 이유가 주변에서 제일 돋보이는 보석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내가 아무리 잘해도 주변에는 날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머리로 알고 있기만 해도 좋을 것이다.


스타가 되지 않아도 루머에 시달릴 수 있는 경험도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이다. 나도 충분히 즐기진 못했지만, 누군가는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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