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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eM Jul 04. 2024

유학을 빙자한 일자리 찾기(2)

목적의 상실

나는 아무것도 받은 게 없다고 생각하며 어린 시절을 살아왔었다.

내가 독일에 나와 스스로 모든 것을 책임지기 전 까지는.

학생일 때까지는 그들은 부모의 그늘이 어디까지 뻗쳐져 있는지 깨닫지를 못한다. 그러나 생각 외로 우리의 부모님들은 사소한 많은 것까지 책임을 지워주고 계셨고, 나에게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부모님도 여러 차례의 사업 실패로 인해 더 이상 나에게 큰 재정적 지원이 힘들어지셨고, 그동안 한 성악이 아까워서 독일에 넘어온 나에겐 일자리가 굉장히 중요했다.


계획은 언제나 거창했다. 주 3-4일 정도 일하고, 아껴 쓰고, 남은 시간 연습하고 그러면 살 수 있겠지?라는 안일한 꿈같은 계획.

이미 성인이 되어 스스로의 삶을 책임져 본 독자들이라면 그게 얼마나 우스운 지 알 수 있다.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서 내는 월세는 이미 내가 버는 돈의 절반을 욕심내고 있었고, 하루에 5끼를 먹던 나에게는 그 나머지 절반의 벌이는 택도 없었다. 거기에 따라온 관리비, 보험비, 부가 지출비등.


그러다 보니 1주일에 6일은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 말인즉슨, 클래식 음악을 더 공부하러 온 한 젊은이가 공부는 안 하고 일주일 내내 일만 했다는 뜻이다.

당연히 본업에 충실할 수가 없었다. 내가 굉장히 실력이 뛰어난 음악가였으면 희망이 있었을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 정도로 뛰어난 재능이었으면 애초에 이렇게 일을 해야 하는 상황조차 안 만들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게 대외적으로는 나는 독일에 온 ‘유학생’이었지만 실상은 ‘외국인 노동자’에 불과했다. 그것도 ‘신분이 불확실한’.

이러한 나의 삶이 나를 비틀린 시선으로 세상을 보게 만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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