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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리 Apr 01. 2024

나는 뭘 만들고 싶은 걸까?

새로운 달이 찾아왔습니다. 안녕, 4월!


저번주에 강의 완강하고 금요일부터였나 드디어 실전 시작했는데, 일단 프롬프트 작성부터 너무 어려워서 죽을 뻔했다네요. 본격적으로 작품 만들기 시작하면 포트폴리오 관리도 해야하기 때문에 사용 할 SNS 프로필 등록 하려고 열심히 작성해봤지만 원하는 결과는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하고 싶은 작업 스타일과 분야를 그래도 나름 정해서 첫 단계는 잘 밟은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막상 작업을 시작해보니 정한 범위가 너무나 광범위했다는 게 문제의 시작이었다. 공모전 일정을 알아보면서 초반에는 나라는 사람을 홍보하고 실력을 쌓기 위한 것에 모든 걸 투자하기로 해서 분야에 대해서는 잊으려고 했다.


경력이 쌓이다보면 내가 활동할 수 있는 분야는 정말 많을 것이고 제대로 시작조차 못했을 때 단순히 취향으로 정한 분야로 할 일과 하지 않을 일을 구분하는 것은 미련한 짓이라는 걸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나의 작업 스타일은 초반에 확립해놔야 확장을 하더라도 무너지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하고 싶은 작업 스타일과 그에 맞는 프로그램 툴도 정해서 천천히 하나씩 배워가려고 생각 중이었다. 근데 막상 AI 도구를 사용하다 보니 기능이 너무 많고, 내가 원하는 작업에 맞는 분위기는 프롬프트로 작성하더라도 그 이미지를 어떤 스타일로 (애니, 3D, 시네마틱…) 뽑을 것인지 그걸 정하는 것 자체도 너무 오래 걸렸다.


단순히 단어로 해석하기에는 정확히 이 단어를 선택했을 때 어떤 이미지가 나올지 전혀 예측이 되지 않는 것이 많다보니 하나씩 눌러보면서 익힐 수 밖에 없었는데, 초반에는 무료로 최대한 사용해보려고 했던 나의 다짐이 무색하게 이미지 몇 개 뽑으니까 오류가 떠서 더이상 진행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하다보니 프롬프트 작성에 대해서도 무작정 해보면서 배우는거지! 하기에는 스스로도 머리 속에 있는 게 정리가 되지 않으니 적을 수가 없다는 문제가 발생해버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고 있는지 나도 제대로 알지 못했고, 프롬프트를 수정하면서 그 이미지도 같이 변해버리니까 결국 어떤 걸 만들고 싶었는지조차 알 수 없게 되어버리는 상황만 반복 됐다.


*


며칠을 그렇게 제대로 된 결과없이 매달리다 보니까 이대로는 또 지쳐서 그만둬버릴까 지레 겁먹어 버려서 바로 작업을 그만 뒀다. (무료라서 오류가 뜨기도 했다...ㅎ) 그리고 하나씩 적어봤다. 하고 싶은 스타일, 장르, 분위기, 고정적으로 끌고갈 작품세계 등에 대해 적고 하나씩 찾아봤다.


그리고 내가 주력으로 사용하고 싶은 프로그램들을 떠올려보니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 지 대략적으로 그려볼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뒤죽박죽인 게 많다. AI 도구를 제외한 다른 프로그램은 아직 시작하기엔 이르고, 나의 실력이 그만큼 되지 못해서 독이 될거라는 생각이 들다보니 내가 적은 것 중에 제외할 것이 있었다.


하반기가 되기 전까지는 최대한 AI만 사용해서 작품을 만들고 어느정도 결과가 손에 들어오면 그때부터 만들어 놓은 작품 세계를 확장시키고 싶다. 그리고 뭐든지 확장 시키기 위해서는 기반이 되는 것이 튼튼해야 한다. 그래서 무작정 하나씩 해보는 행동력도 필요하겠지만 기본적인 프롬프트 작성법에 대해서는 강의를 한 번 더 보고 다른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작성했는지 천천히 둘러보는 시간을 가져야할 듯 하다.


*


조금 겁 먹긴 했지만 그만두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방황하면서 한 번씩 건들여봤던 것들에 대한 이유를 생각해보니 결국은 지금하는 것을 위해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포기하고 원망하고 우울해했던 것이었지만 계속 생각나고, 하고 싶은 것을 다 연관 시키고 있는 내 행동을 보고있자니 한 번 끌린 건 죽이되든 밥이되든 끝장을 봐야겠구나 싶다.


생각해보면 살면서 인생에 영향을 줄만한 것들에 발을 들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시작하면 결국은 끝장을 보고 미련없이 털고 나왔다. 피아노가 그랬다. 어찌보면 시작은 어이없었을지라도 재수를 하면서까지 대학에 들어갔고, 할만큼 했다고 생각했던 건지 아니면 주변 환경이 나를 너무 힘들게 해서 그랬던 건지 '아, 이제 그만할 때가 됐다' 싶은 생각이 들자마자 바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전공을 바꿔 편입을 했다.


취미로 피아노를 계속 할 생각은 있어도 그때 내가 했던 결정에 대해서 후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연습했고,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낸 적도 있으며, 칭찬도 많이 받았고, 자존감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얻을 수 있는 것은 다 얻었으니 미련없이 떠날 수 있던 거겠지.


그리고 지금 내가 선택한 이 길도 그렇다. 작년에 선택했던 많은 길들을 뒤로 한 채 거의 두달이 되어가는 시간을 고민하고 또 고민한 결과이기 때문에 물리고 싶지 않다. 피아노처럼 10년이 될지 아니면 그 이상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이 길을 미련없이 털고 나올 때까지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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