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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리 Mar 25. 2024

꾸준함의 미학

저번주 목표가 전자책과 강의 각각 2회차씩 보는거였는데, 강의는 아직도 1회차의 절반을 시청하고 있다. 초반부를 지나 중반부가 돼서야 실습 위주의 내용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1회차까지는 실습을 따라하기 보다는 알려주시는 기능 위주로 훝어보기 위해 시청만 열심히 하고 있다.


바로 몇 주 전의 나였다면, 목표한 진도를 다 완수하지 못했다고 조급해하고 자책하면서 쓸데없는 시간을 보냈을거다. 하지만 올해는 조급해하는 마음을 버리기로 마음 먹었고,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의 큰 그림을 그렸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반은 끝냈다고 생각하고 있다.


사실 지금도 AI로 어떤 작업을 하고 싶은지 스스로도 헷갈린다. 하고 싶은 분야는 있지만 그 분야에서 어떤 스타일, 분위기 등으로 만들어서 나만의 독창적인 작업물을 쌓아갈 것인지 고민 된다. 사실 이런 고민도 지금 내 실력으로는 쓸데없는 고민이라는 걸 안다. 어떤 AI가 있는지, 어떤 기능이 있는지, 어떻게 활용하는지, 이런 작업에는 뭐가 좋은지 아무것도 모르면서 나만의 스타일을 고민하고 있다니…

프리랜서 첫 걸음 中


강의를 완강하고 나서도 나만의 작품 분위기, 작업 스타일, 활동 분야를 정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연습을 하더라도 무작정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목표로 수정하고 반복하며 연습하는 게 프롬프트를 작성하는데 있어서도 효과적일테고, 포트폴리오를 쌓거나 전시를 하고 싶더라도 자유로움 안에서 일관된 작품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렇다고 해서 나를 한 가지에만 가둬두고 싶은 것은 아니다. AI가 발전하는 만큼 작업할 수 있는 산업도 늘어나겠지만 공통점이 보이지 않는 분야 안에서도 작품을 봤을 때 나만의 분위기가 담겨있었으면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작업 스타일을 더더욱 명확하게 확립하고 싶었다.


*


처음에는 심각하게 고민해봤지만 그럴수록 구렁텅이에 빠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세상에는 정말 많은 취향이 있고, 내 실력이 쌓일수록 당연히 변하는 것도 많을 것이고, 아직 나는 모르는 것이 너무 많은데 이 상태에서 정하려고 하니 좁은 시야 안에서 보이는 것이 개미 구멍보다 더 작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가볍게 생각해봤다. 내가 좋아하던 애니메이션의 분위기, 작화 스타일, 배경화면으로 사용하는 사진들, sns를 보다가 발견한 취향저격의 작품들… 그렇게 흘러가듯이 떠올려보니 만들고 싶은 것들도 함께 떠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현실적인 사람이지만 모순적인 사람이기도 해서 비현실적인 상상을 자주하고는 한다. 이런 나의 상상을 작품으로 꺼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배우고 싶은 것도 많아졌다. AI가 아무리 발전했고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업데이트가 되고 있음에도 아직 내가 상상하는 것들을 표현하기에는 부족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한두번 배우다가 포기했던 모션도, 3D 프로그램도, 영상편집도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것들을 배우려고 했던 지난 마음들은 결국 나에게 필요할 걸 무의식 중에 알아버렸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면서 추가되고 삭제되고 변하겠지만 정리하는 걸 좋아해서 북마크가 잔뜩 늘어나버렸다. 여기서 나에게 맞는 도구도 찾고, 공모전도 보고, 포트폴리오도 열심히 채워봐야지.




미루고 미루던 영어도 드디어 마음 잡고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AI 강의 한 두개만 들어보거나 조금만 찾아봐도 한국어보다 영어 도구가 당연히 더 많다. 혹은, 한국어 사용이 가능하더라도 영어로 작성했을 때 원하는 결과물이 나오는 경우가 다수이거나 아예 영어로 작성해야만 하는 도구가 과반수 이상이다.


꼭 AI에 국한하지 않더라도 내가 배우고자 하는 대부분의 것들이 영어로 검색했을 때 풍부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경험도 경력도 실력도 업그레이드 될수록 영어나 제3외국어가 제대로 장착되어 있어야 기회가 왔을 때 수월하게 잡을 수 있을테고, 오지않더라도 스스로 기회를 만들 수 있을거라고 믿는다.


20대 후반이 될 때까지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무언가를 원해서든 억지로든 꾸준히 했던 건 유일하게 피아노 하나이다. 성급한 결정이었을지라도 중학생 때 처음 시작하여 22살까지 7년의 나를 지탱해준 건 그 악기 뿐이었다. 


묵묵히 앉아서 열심히 했을 때 만족할만한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것도, 최선을 다했어도 실망스러울 수 있다는 것도, 작다고 생각한 실수 하나 때문에 몇 년 동안 고생해온 과정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도, 시험 때문에 늦은 밤까지 연습하는 오기도 전부 피아노 덕분에 했던 경험들이다.


그렇게 매달려서 무언가를 해본 적이 있는 사람인데 겨우 이것 하나 못해서 이렇게 질질 끌고 있어! 라는 채찍질을 하며 영어를 해보려고 한다. 근데 더이상 언어를 배우겠다고 돈을 쓰는 짓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내가 원하는 건 언어로 대화하는 것이지 논문 쓰고, 공식적인 자리에서 발표하고 그러기 위해 배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알고리즘으로 계속 뜨는 영어 콘텐츠들을 보면 결국 해야할 건 하나였다. 내가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는 모든 말들을 영어로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30분이든 3시간이든 꾸준히 매일할 것.


아무리 영어가 중요하다고 해도 지금의 내게 1순위는 AI 공부이다. 영어는 2순위가 아닌 1순위의 공부를 수월하게 만들어주는 부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온전히 매달려 있기는 무리라고 판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건 정해진 시간에 온전히 몰입하여 영어와 함께하는 것 뿐이라는 결론이 났다.


하루에 정해진 시간 안에서 AI와 영어에 각각 투자할 시간을 정해두고 그 시간 안에서는 다른 건 신경 쓰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그 외의 남는 자투리 시간도 활용하여 영어 콘텐츠를 통해 최대한 영어라는 언어에 익숙해지기 위한 환경으로 나를 던져 넣는 것까지가 노력의 시작이다.


*


미드 쉐도잉은 꾸준히 한다고 하더라도 올해를 다 쓰거나 최소 반년은 영어에만 투자해야 목표하는 결과를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제대로 하려면 한 영상을 100번 볼 수 있는 콘텐츠를 찾아야 하는데 좋아하는 장르가 전부 일상에서 사용하기에는 무리인 대화가 주를 이루는 것들 뿐이라 편안하게 재미로만 보기로 했다.


물론 그런 장르에서도 쓸 수 있는 표현이 나오겠지만 아직까지 100번 보고 싶어지는 콘텐츠를 찾진 못해서 이 방법은 리스닝이 익숙해진 다음부터 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서 가장 간편하면서도 초반에 꾸준히 할 수 있는 습관을 만들기 좋은 방법을 찾았다.


*


찾은 방법은 우연히 알고리즘으로 뜬 양킹님 채널에서 미드 쉐도잉으로 독학한 방법에 관련된 영상으로 알게 된 유튜버 제니님이 작년에 하신 챌린지로 하루 10문장씩, 100일 동안 일상에서 사용하는 문장 1000개를 암기하는 것이 전부이다.


목록을 보면 평소에도 혼잣말로 중얼거릴 수 있는 주제로 이루어져 있어서 100일 동안 하기만 한다면 일상 회화 1분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당연히 1000문장을 모두 기억하고 있을 수는 없겠지만 이 챌린지를 하는 목적은 꾸준히 하는 습관 형성이 80%, 하루하루가 지나갈 수록 다른 영어 습득 방법도 추가하면서 친해지면서 귀 뚫기가 20%여서 까먹는 것 자체는 걱정하지 않는다.


한국어도 잘 사용하지 않는 말은 기억을 더듬거나 찾아봐야 하는 것처럼 다른 외국어도 일상에서 사용하는 표현들만 제대로 알아두면 그 외의 표현은 조금씩 욕심부리지 않고 늘려가는 게 맞는 것 같다. 언어는 쓰지 않으면 사라지게 되어 있다. 우리말도 줄임말이 생기고 자주 사용하는 발음으로 표준말이 변하고, 맞춤법은 여전히 헷갈리는 것처럼 영어도 다른 언어도 마찬가지다.


그저 꾸준히 하는 게 정답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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