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법 찾기는 그만, 그냥 시작하기!

by 바다

영어를 너무 잘하고 싶은데 잘하고 싶은 만큼의 의욕으로 열정으로 투자는 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까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근데 이제는 정말 그만하고 싶다. 한 달 뿐이라도 해외에서 지내다 오니까 더욱 그런 마음이 강해졌다. 문법이고 시험이고 필요없고, 일단 말하면 어떻게든 의사소통은 된다는 걸 경험하고 오니까 나만 열심히 한다면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브런치북은 올해 안에는 지긋지긋한 기초 공부를 그만 끝내고 싶어서 만들었다. 나 이번에는 꼭 외국인이랑 5분 이상 프리토킹 할 거야. 이렇게 말 해 놓으면 어떻게든 하겠지. 더 이상 미룰 공간도 없고 그러기도 싫어졌다. 나의 오랜 숙원이라고 해야 할까. 이제는 영어 "공부"에서 해방되고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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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결제 해 놓은 강의가 3개나 된다. 돈이 어디서 그렇게 나왔던 건지. 그 중 하나는 강의료도 비싼데 들을 수 있는 기간은 1년 밖에 되지 않아서 이벤트로 3개월 연장한 올해 9월 즈음이면 더 이상 들을 수도 없다. 다행히 나머지 2개는 평생 수강이라서 그리고 제일 열심히 들었고 지금도 듣고 있는 강의라서 이 강의들로 올해 기초 공사는 끝내려고 한다.


워킹홀리데이를 가서 느꼈던 것은 "아, 일단 들려야 대화를 이어갈 수 있겠구나" 였었다. 내가 말을 하는 것은 알고 있는 동사와 단어 꺼내서 이어 붙이고 띄엄띄엄 말해도 원어민들은 다 알아 들어준다. 여기에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말하면 훨씬 수월해진다. 하지만 내가 알아 듣지 못하면 대화는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계속 번역기를 붙들고 말할 수도 없고 그 사람들이 어떤 의무나 이유도 없는데 그 답답한 상황을 견디며 대화해 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오고 영어 공부를 시작하려고 했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리스닝이었다. 귀가 뚫리지 않으면 아무리 스피킹 공부를 해도 소용이 없을 거라는 걸 확신했다. 그래서 두 개의 강의 중에 리스닝과 스피킹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강의로 먼저 시작을 하기로 결정했다.


사실 2개의 강의 모두 다 들어도 상관없다. 강의 자료가 전부 영어로 되어 있기 때문에 한국어가 끼어들 틈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 개만 고른 이유는 강의를 듣는 수강생의 수준에 맞춰서 살짝 느리게 말해주는 영어 강의가 아니라 실제 미드로 만들어진 강의이기 때문에 리스닝에 더 최적화 되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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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강의는 가격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아서 내가 한 소비 중에 감히 최고라고 말할 수 있다. 최고를 완벽으로 만들기 위해 완강을 하고 마스터를 해주겠다고 다짐했다. 어제까지 7일 째 듣고 있는데 신기한 것은 강의를 만드신 분의 말에 따라서 부담 갖지 않고 무리하지 않고 하루 1강 씩 들었는데도 점점 들리는 문장이 생기고 있다.


들릴 때까지 계속 돌려보고 배속도 낮추면서 반복하고 넘어가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일주일 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들린다는 사실이 순간 감격스러웠다. 잘 들리는 건 비록 짧은 문장일 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원래 다 이렇게 시작하는 거 아니겠는가.


고작 일주일이지만 들을 수 있게 된 이유도 몇 가지 집어볼 수 있을 것 같다.



● 문장의 시작을 무조건 주어라고 생각하다가 생략할 수 있다는 걸 정확하게 인지했다.

● 단순히 축약형이 있다는 것만 알다가 말할 때는 거기서 더 축약해서 말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 단어의 연음, 문장의 연음이 많아서 내가 아는 발음으로 들리지 않는다.

● 지금까지 알고 있던 발음보다 원어민이 내뱉는 단어와 문장의 강세, 억양, 연음에 집중하여 들리는 대로 말하는 것이 더 도움 된다.

● 관사나 전치사는 강세가 없는 경우가 많고 흘려 말해서 들리지 않는 게 대부분이지만 이게 나오겠구나가 짐작이 된다.



영어 뿐만 아니라 외국어를 배울 때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외국인이라는 걸 받아 들이는 마음인 것 같다. 나는 원어민도 가끔 틀리거나 신경 쓰지 않는 문법이나 발음에 매달려서 완벽하게 하려고 하기 보다는 상대방이 내 말을 알아들을 수 있나에 집중 하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


정말 쉬운 동사 하나 단어 하나로도 의사소통은 충분히 이루어진다. 굳이 학문을 배우거나 논문을 쓰려는 게 아닌 이상 일상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를 암기하거나 관사, 전치사 하나하나에 매달려서 스스로 흥미를 잃게 만드는 일은 이제 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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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를 제외하고 좀 더 수월한 귀 뚫기를 위해서 그 외의 시간에는 영어 컨텐츠에 집중하기로 했다. 다행히 드라마나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고(좋아하는 배우 공백기임) 평소에 티비를 보는 편도 아니어서 개인적인 이유로 목표했던 8월까지는 드라마 1개, 영화 1개를 번갈아 가면서 시청하려고 한다.


어떤 영어 유튜버 분이 올려주신 영상을 보고 선택한 방법인데

1. 자막 없이 2~3번

2. 자막 키고 1번

3. 장면 보지 않고 귀로만 듣기(다 이해하려고 하지 말고 들리는 것에 집중)

→ 이렇게 최소 10번은 반복하면서 시청

4. 그 후에 아웃풋하기(들리는 표현 말해보기 + 녹음해서 들어보기)

위의 단계를 위해서 내가 좋아하는 영상이거나 장르로 선택해야 한다.


그래서 뭘 고를까 하다가 내가 그나마 5번 이상 본 영화는 트와일라잇 시리즈인데·· 뱀파이어 판타지물로 리스닝 하기가 좀 그래서(길기도 하고) 1시간 반 길이의 범죄영화를 골랐다. 좋아하는 장르여서 잘 볼 것 같다. 그리고 아무래도 장르가 장르이다 보니까(15세로 고르긴 했지만) 일상 내용도 있는 게 좋을 것 같아서 하이틴+가족 내용이 섞인 시리즈 1개-회차 10개인 드라마를 추가로 선택했다.


하이틴을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로코는 끌리는 게 없고 인턴을 그나마 잘 봤는데 넷플에서 내려갔고 코믹 쪽도 살펴봐도 도저히 보고 싶은 게 없어서 예전부터 궁금하긴 했지만 보지는 않았던 드라마를 이번에 한 번 보자고 생각해서 결국 고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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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더이상 고르는 것에 신경 기울이지 말고 두 개 번갈아 가면서 보고 강의 듣고 해야지. 보다가 못 보겠으면 그냥 브레이킹 던 보겠습니다··· 판타지여도 좋아하는 거 보면서 귀 뚫기라도 하면 차라리 낫겠죠. 아무튼 8월까지 2개월이나 남았고 그 때까지 많이는 아니더라도 어느정도는 리스닝이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왜냐고 물어본다면 그냥·· 이번에는 될 것 같다는 이유없는 직감?


10번 해서 안 되면 50번 들으면 되고 그래도 안 되면 100번 들으면 되니까. 계속 듣다 보면 들릴 수 밖에 없겠죠. 대신 집중해서!


이제는 새해 버킷리스트에 영어 회화 자유롭게 하기 < 이런 목록은 쓰고 싶지 않으니까 남은 올해 꼭 목표한 만큼 해야겠다. 아직 30대가 되려면 더 남았지만 20대 후반을 후회없이 하고 싶은 공부 다 하고 앞자리가 바뀌고 싶다. 30대에는 공부한 것들을 바탕으로 돈을 벌고 있는 사람이 되어 있으면 좋겠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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