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함을 견디기

by 바다

현재 듣고 있는 강의의 길이가 최대 10분이다 보니까 무리하지 않기 위해서 일부러 더 듣지 않고 있음에도 괜히 좀 그래서 다른 공부를 하나 더 추가하기로 했다. 귀 뚫기를 위해서 드라마는 계속 보고 있긴 한데 골라놨던 짧은 영화는 보다가 그만 뒀다. 좋아하는 장르이긴 한데 15세이고 러닝타임이 짧다 보니까 범죄 보다는 휴먼 쪽에 더 집중한 듯 해서 후반부로 갈수록 감동 스토리라인이 나오니까 흥미가 뚝 떨어져 버렸다.


이렇게 그만 둘 바에는 차라리 19세더라도 그냥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보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른 드라마를 찾아 보다가 범죄 스릴러 쪽의 10부작 드라마를 찾아서 요즘 그 드라마를 보고 있다. 자막이 없다 보니까 배우들의 표정이랑 분위기, 조금씩 들리는 단어로 대충 유추해서 보고 있는 중이다. 재미있고 10화까지 다 보고 나서도 또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문제는 나오는 배우들 대부분의 억양이 너무 사투리 같다고 해야 할까.


좀 익숙하지 않은 발음이랑 억양이라서 유독 더 귀에 안 들어와서 결국 브레이킹 던을 리스트에 추가했다. 브레이킹 던이 파트 1, 2로 나뉘어져 있고 각각 러닝타임이 2시간이 안 되다 보니까 차라리 이걸 계속 보고 드라마는 중간마다 나의 재미 유지를 위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이번 주 부터는 이렇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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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까 6월 마지막 날 저녁에 우연히 영상을 보게 돼서 7월부터 새로운 공부 루틴을 추가하게 되었다. 런던쌤 채널에 올라온 영상의 내용인데 정말 간단하면서도 지금 내 수준에서 나에게 도움이 되면서 강의 그리고 리스닝과 병행하기 수월한 방법이라 알고리즘이 오랜만에 잘 돌았구나, 싶었다.



노트 공부법


노트 1 (Input)

→ 문장에서 원하는 청크만 노트에 적기

→ 문장 단위가 아닌 청킹 단위로 암기

→ 보통 4개 이하의 단어로 구성 (3개 이상이 되면 눈에 잘 안 들어옴)


노트 2 (편안한 쓰기)

→ 작은 노트에 1일 1페이지 영어로 채우기

→ 사전 없이 오로지 나의 뇌와 펜만 사용 (불완전하더라도 의미만 전달하면 됨)

→ 다 적고 나면 그대로 덮기

★ 절대 교정이나 피드백 받지 않기 ★



이 노트 공부법을 보고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들과 시너지가 잘 맞겠다는 것을 한 번에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바로 시작했다. 청크를 적을 자료는 마음에 든다고 했던 강의 2개 중 나머지 하나의 교재를 활용했다. 교재 자체가 대화문으로 되어있고 대화문 자체의 난이도도 조금씩 올라가다 보니까 어떻게 보면 이 노트 공부법을 하라고 만들어진 교재라는 생각도 했다.


올해 초까지 이 교재로 강의를 듣고 초반의 대화문은 지금도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암기했었기 때문에 청크를 암기하기가 수월했는데 다만, 아직은 어디까지 청크로 묶어야 하는지 헷갈리기도 해서 익숙한 교재라는 게 그나마 첫 시작을 어렵지 않게 해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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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노트1의 방법은 단순히 적고 암기하기만 하면 되니까 괜찮았는데 문제는 노트2의 방법이었다. 굴러다니는 작은 노트를 사용했는데도 한 페이지를 채우는 게 너무 힘들어서 뒤로 갈수록 글씨도 점점 커졌다. 아직 일기처럼 길게 늘여 쓰는 게 힘들어서 짧게 끊어서 적었는데도 도저히 뭘 써야할 지 생각나지 않았다.


영어 공부법 중에 영어 일기를 쓰는 게 도움 된다는 사람과 되지 않는 다는 사람의 의견이 나뉠 때가 많은데 되지 않는 다는 쪽에 이런 이유가 있었다.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 이상 매일 하는 게 똑같기 때문에 새로운 문장을 써볼 수가 없다는 것, 인풋이 없으면 적는 내용이 거기서 거기라 오히려 역효과라는 것이다.


근데 나는 일기를 쓰는 것도 아니고 그냥 생각나는 걸 그 작은 페이지 안에 쓰기만 하면 되는 건데도 어떻게, 뭘 적어야 할 지 모르겠어서 한참을 고민했다. 충격이었던 것은 "먹다"가 생각나지 않아서 스스로가 어이없었다는 거였다.


이래서 아무리 외우고 시험을 봐서 백점을 맞아도 대화할 때 말로 나오지 않으면 모르는 말이라는 거구나를 외국에서가 아니라 이 노트 공부법 1일차에 절실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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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겨우 1일차니까 뭘 대단한 걸 기대하지도 않았고 나는 지금까지 라이팅은 제대로 공부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 공부를 하면서 스피킹을 일부러 하지 않아도 이 방법으로 같이 할 수 있겠다고 느꼈다.


강의를 들으면서 리스닝과 스피킹을 하지만 스피킹이라기 보다는 원어민이 말하는 속도, 억양, 연음, 발음을 익숙하게 만드는 쪽에 더 가까웠다. 드라마를 보는 건 완전히 리스닝이었고. 근데 이 공부법을 하면서 암기하면서 입으로 말해봐야하고 한 페이지를 채우면서 머리 속으로 적고 싶은 문장을 떠올리고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이게 맞나?" 싶어서 혼자 중얼거리게 된다.


사실 잘 모르겠다. 이게 맞는 문장인지도 모르고 혼잣말을 하면서도 맞는 문장인 지를 모르니까 말로 해봤자 제대로 된 문장을 말해보는 것도 아니고. 근데 처음에는 원래 불편한 게 맞으니까. 지금까지는 이 불편함이 싫어서 번역기에 한국어를 적어서 영어 문장을 봤고 그 문장을 적었었다.


근데 그 문장은 번역기가 만들어준 딱딱한 문장이지 사실 내가 원하는 뉘앙스의 그 문장이 아닐 때가 훨씬 많았다. 근데 나는 모르는 입장이니까 아니더라도 일단 그 문장을 가져왔었다. 하지만 노트 공부법 영상 마지막에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실력이 늘지 않는다는 불편함을 견디다보면

언젠가 늘었다는 걸 알게되는 계기가 온다"


노트2 방법을 하다보면 맞는 문장을 썼는지 피드백을 받고 싶고 수정하고 싶겠지만 절대 하지 말라고 한다. 불안하더라도 노트1의 방법으로 인풋을 꾸준히 해주면 조금씩 자연스럽게 나아지고 그 나아지는 과정을 스스로는 알 수 없어도 어느 순간 '아, 이만큼 늘었구나." 라고 깨닫게 되는 계기가 올테니까 그저 계속 하라고 했다.


고쳐준 문장이 맞는 문장일거고 내가 혼자 끄적인 것보다 당연히 자연스러울거다. 근데 그 문장이 온전히 나의 문장이냐고 한다면 그것도 당연히 아니다. 지금까지 나는 백지 상태의 나를 견디지 못해서 쉬운 방법만 찾은 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에는 불편함을 견디고 해보려고 한다.


사람이 발전할 때는 스스로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인정할 때가 아닌가 싶다. 나는 외국인이고 배우는 사람이고 저 바닥에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나아갈 길 밖에 없는 사람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 그러니까 견뎌야지 불편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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