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돌아와서 다시 영어 공부를 시작한 지 이제 3주가 다 되어간다. 강의는 다음 주면 2주치 분량이 끝나가고 노트 공부법은 어제로 10일 차가 되었다. 사실 강의와 노트 각각 하루씩 하지 않은 적이 있어서 살짝 양심에 찔리지만 그래도 그 이상 넘어가지 않았다는 거에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다.
자취를 준비하고 있어서 2일부터 다시 일을 시작했는데 일과 공부를 병행 하려니까 짧은 시간을 하는데도 퇴근하면 피곤해서 '하지말까...' 싶은 생각이 불쑥 든다. 아직은 교육 기간이라서 10시에 출근하지만 본격적인 근무가 시작되면 8시에 시작인데 오후에 괜찮을까 싶기도 하다.
그래도 익숙해지면 저녁 시간이 여유로우니까 공부도 하고 드라마도 더 길게 보니까 올해 영어와 이사 가서 다른 공부를 시작하더라도 더 계획을 세우기가 편할 거라고 생각한다. 내년에 새로운 플랜을 세우기 전까지는 이렇게 규칙적인 생활에 익숙해져서 기초적인 부분에 집중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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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영어로 돌아가면 강의는 하던 대로만 하면 되니까 딱히 어려울 게 없어서 뭐가 나아졌냐고 물어본다면 크게 나아진 건 없다. 그래서 그러면 의욕이 좀 줄어들지 않냐고 누가 물어본다면 크게 나아진 부분이 없을 뿐이지 스스로는 만족스러운 부분이 있다.
이 강의의 목적은 다양하게 있지만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는 원어민이 말하는 실제 속도와 발음, 억양 등에 익숙해지는 리스닝+스피킹이다. 스피킹이라고 해서 내가 유창하게 말을 하는 그런 부분 보다는 화면 안에서 원어민이 말하는 대화를 그대로 따라할 수 있게 되는 것에 더 집중했다. 강의에서는 미믹킹이라고 부른다.
지난 글에서 짧은 문장이나 정말 자주 듣는 단어는 이제 스크립트를 보지 않고서도 수월하게 들을 수 있게 되었다고 적었었다. 3주가 되어가는 지금 시점에서는 연음과 발음을 듣는 것에 더 익숙해져서 그런지 원래는 '뭐라고 웅얼거리는 거야···' 했을 단어와 청크를 이제는 '이렇게 말하네' 하고 그냥 따라하게 되면서 오히려 더 알아 듣는 내용이 늘어나게 되었다.
도대체 이 단어를 왜 저렇게 발음하는 걸까, 이해하지 말라고 해도 어쩔 수 없이 12년 동안 한국식 영어를 배워온 무의식으로 이해하려고 끙끙 거렸는데 지금은 '그래, 너는 그렇게 말하는 구나. 알겠어.' 하고 그저 따라하다 보니 더 잘 들리고, 잘 따라하게 되고, 이건 이거겠구나 짐작할 수 있는 범위가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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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는 처음에 정말 처참했다. 지난 주 글에도 작성했지만 짧은 문장으로 끊어서 쓰는데도 동사 하나도 제대로 떠오르지 않아서 그 작은 한 페이지 채우기가 어찌나 버거운지. 줄 간격이 벌어지고 글씨가 커지고 빈 공간이 늘어가고.. 그런 식으로 이틀 정도를 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어제 다 작성하고 덮기 전에 지금까지 적은 것들을 봤는데 여전히 사용하는 단어는 거기서 거기이고, 내용도 비슷할 뿐이지만 달라진 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글씨가 일정해지고, 줄 간격이 줄어들었으며, 최대한 암기한 청크를 사용하려고 굳이 나의 일상이 아니더라도 쓰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
이제 10일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뭐라도 쓰려고 말도 안되는 문장인 건 신경 쓰지도 않고 어떻게든 빈 공간을 채운 그 페이지들을 보면서 하기만 하면 뭐라도 나아지는 게 있다는 걸 이렇게 깨닫게 되었다. 핑계를 대면서 미루고 더 쉬운 방법을 찾아다니기 보다 백지 상태인 나를 인정하고 그저 정해진 분량을 끝내는 데에만 집중하니까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때보다 나는 반 걸음 앞선 사람이 되었다.
이렇게 매일 또 하다보면 다시 3주가 지난 시점에서 나는 한 걸음 나아간 사람이 되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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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일을 시작하면 3개월은 수습 기간으로 정해져있다. 사람마다 적응하는 기간은 당연히 다르겠지만 그래도 3개월이면 생초보 수준은 벗어난다는 평균적인 기간이기에 정해진 기간일 것이다.
일이 아니라 공부도 마찬가지다. 내가 배우고 싶은 것이 생겼을 때 아무것도 아닌 상태의 나를 3개월만 버티며 그냥 하면 어느 순간 이 정도는 할 수 있게 된 나를 마주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 정도가 쌓이고 쌓이다 보면 나중에는 이만큼이 되어있다.
처음 영어를 잘하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는 빨리 영어 공부 끝내고 해외에서 일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다. 근데 지금은 안다. 영어 뿐만 아니라 어느 분야, 어느 공부더라도 끝은 없다는 걸. 사람은 죽을 때까지 공부하면서 살아간다. 그저 그 공부를 재미있게 하느냐 아니면 억지로 하다가 놓아 버리느냐 그 차이일 뿐이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그저 재미있게 꾸준히 계속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