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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당 개 n년 차 May 13. 2024

감성을 일으키는 것들

#18. 대학원 선배의 성과 품평회를 듣고 일어난 감성

 슬슬 스위스 사진들을 들여다보는데, 오히려 파리에서 감성을 일으킨 사진들이 떠올랐다. 위 사진은 파리 시내의 강을 따라 도는 유람선을 타고 찍은 사진들이다. 파리에서 묵었던 한인민박의 사장님이 추천해 줬는데, '유람선'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같이 간 친구들도 가고 싶어 했다. 바로 민박 사장님께 표를 구매해서 늦은 시간대의 유람선에 올랐다.


 그 당시엔 유람선에 당연하다는 듯이 올랐고, 아름다운 파리의 야경에서 오는 감성들을 즐겼다. 하지만, 이번에 글로 쓰고 싶은 것은 위 사진들을 다시 보며 떠오른 감성이다. 최근에 가족들과 여수를 놀러 갔다.(TV에서 본 국내 최고 높이, 단일 최장 길이의 해상 짚트랙을 타고 싶어서 갔다.) 오랜만에 맛있는 만둣국도 먹고(여수에 가끔 놀러 가는데, 매번 가는 만둣집이 있다.) 저녁엔 숙성회도 처음 도전해 봤는데, 정말 별미였다. 떠나는 날 해상 짚트랙도 재밌게 타고 돌아왔는데, 유람선의 사진들을 보며 떠올린 순간은 전 날 저녁이었다. 저녁에 숙성회를 먹고도 잠깐 시간이 남아 숙소에서 쉴지, 나가서 시간을 더 보내다가 올 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여수 연안을 도는 유람선이 있다며 제안하셨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모두 가기 싫어했고, 결국 숙소에서 와인과 치킨을 먹었다.


 무언가 정확하게는 떠오르지 않았지만 궁금했다. 두 경우가 모두 전혀 계획에 없었고, 둘 다 유람선이었지만 전혀 다른 반응이었는지 정확하게 정의할 수 없는 것이 일어난 감성이었다. 몇 가지 추측은 해볼 수 있었다. 단지 여수에선 조금 더 피곤했다. 아니면 파리가 해외여행 중이었고, 안 타고 지나친다면 다시 돌아와 타는 것은 매우 어려운 난이도를 가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것도 정확한 이유라고 생각이 들지 않았다. 다만, 여수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다. 다음 여수여행엔 꼭 타볼 계획이다.(만둣집도 당연히 갈 것이다.)




 저번에 소개한 나에게 많은 감성을 일으키는 대학원 선배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이다. 이 선배는 나랑 꽤 비슷한 부분들이 많았는데, 오전, 오후 시간엔 차분하고(피곤해한다는 표현이 맞겠다.) 저녁부터 맑아지며, 가끔 운동을 즐기고, 맛있는 음식, 커피는 자주 즐겼다.(아쉽게도 선배의 실력은 많이 닮지 못했다.) 어느 날은 맛있는 커피를 곁들인 진지한 대화가 길어졌다. 대화의 주제는 '행복의 기준'이었다.


 저번 글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선배는 '남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성과를 내며, 그것이 행복한 것 같다고 했다. 당시엔(지금도 그렇지만) 적어도 행복의 기준을 난 외부에서 찾지 않고, 심지어 어떤 것도 외부와 비교하지 않고(이것은 좀 위험한 것 같다.) '나만의 기대'에만 부응하려 했다. 우리는 서로를 신기해했고, 가볍게 지나갔었다. 그리고 최근, 몇 년이 지난 후에 그때의 이야기를 다시 한 적이 있다. 나는 사업을 고민하면서 조금은 이성적으로, 객관성을 갖고 판단하려는 노력들을 해왔고, 다만, '행복'에 대한 생각은 변함없었고, 오히려 더 깊어졌다. 또다시 우린 서로 신기해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는데, 이번엔 '성과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했는데, 선배의 이야기에서 감성이 일어났다.


 선배는 과거, 현재, 미래를 함께 생각해 보았을 때, "현재의 뛰어난 성과들을 크게 기뻐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현재의 결과'는 '과거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과거의 결과물'이며 과거를 돌아보는 일이라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그래서 '미래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미래의 과거, 현재의 노력'을 하는 지금, 행복한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여러 감성들이 일어났다. 선배가 행복하다는 말을 선배를 알고 난 약 4년 만에 처음 들어봐 즐겁기도 했고, 행복에 대해 나와 많이 달라 보였는데, 오히려 매우 닮은 것 같아 신기했다.(그리고 또 내 행복 이론-현재에 집중해야 한다. 의 근거로 책이나 영화에서 본 위인(?)들만 언급해야 했는데, 아주 가까운 예시가 생겨서 너무 기뻤다.)


 최근에 읽은 '규칙없음'(기업 넷플릭스의 기업문화를 아주 상세하게 말해주는 책)에서 보았던 기업 넷플릭스의 연봉지급 방법이 떠올랐다. 넷플릭스 에선 인재를 고용하여 바라는 것은 단 하나, '창의성을 최대한 발휘하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것을 위해 넷플릭스에선 연봉계약을 매우 간단하게 하는 데, '시장에서 가장 높은 연봉을 '지금 당장' 지불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기업들이 성과를 끌어내기 위해 '보너스, 인센티브'를 주는 것과는 다르게 그것(보너스, 인센티브)들을 포함해서 미리 한 번에 준다는 것이다. 넷플릭스의 창립자 '리드 헤이스팅스'는 말했다. "사람들은 큰 보수를 '보장'받을 때, 가장 창의적으로 변한다. 집안일이나 생활비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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