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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분한 초록색 May 24. 2024

끝까지 쓴다

올해 1월, 공모전에 내기 위해 처음으로 긴 글을 써 보았다.

A4 35매 정도의 분량이었다.

처음 써보는 긴 호흡의 글이었다.

'끝까지 쓴다'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당연하게도 낙방을 했지만, 굉장히 뿌듯했다.

기한 내에 일정 분량을 써냈다는 만족감이 있었다.

"이게 되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다음에는 A485장을 썼다.

정해진 분량이 그랬다.

처음 써 본 글의 두 배가 넘는 분량이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정해진 시간 내에 정해진 분량을 끝까지 쓴다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렇게 한 편 한편 써 가는 사이에 나는 하루에 네다섯 시간을 앉아서 쓰는 것이 가능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제는 문득,

이렇게 쓰기만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은 생각에 기분이 우울해졌다.

쓰고 있는 글이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는데, 생각하면 할수록 기괴하기 짝이 없는 변종 같았다.


지금이라도 엎어버릴까?

충동이 일었다.


글이 마음에 안 들 때마다 엎어버리면 끝까지 가는 글이 있기는 할까?



인터넷에서 보니 이런 걸 '내 글 구려병'이라고 말들 하던데...

하긴, 언제는 내 글이 마음에 쏙 들었던 적 있던가.


어떻게든 고치고 다듬으면서 부둥켜안고 끝까지 가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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