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야 합니다
지난달, 학원을 정리하기로 마음먹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여름학기가 시작하기 전 결단을 내려야 했다.
아이보다 엄마인 내가 많이 지쳐있었다.
이대로 계속 달리기만 하는 게 최선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설득해서 학원을 정리하기로 했고 대신 집에서 어떻게 공부하면 좋을지 함께 계획을 세웠다.
한창 계획을 세우고 뭔가 조금 들떠 있을 때 즈음, 아이가 레벨업을 했다.
(시험을 본 것도 아니고 선생님의 추천이었다)
나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에 당황하기 시작했다.
아이는 매우 기뻐했지만 나는 겁을 먹었다.
엄청나게 빠른 진도와 심화 수준의 문제들을 아이가 잘 받아들일 수 있을까?
뭣도 모르고 그저 레벨업 했다는 사실에 좋아하다가 제풀에 나가떨어지지는 않을까?
학원의 상술일까? 등등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학원의 담당 선생님에게 전화를 했다.
솔직한 나의 고민을 얘기했다.
이렇게 빨리, 이렇게나 어려운 문제들을 아이가 잘 받아들일 수 있을지 물었다.
선생님은 웃으면서 말씀하신다.
"너무 빠르다고 걱정하시는데, 나중에 '그때 더 빨리 나갈 걸'하고 발 동동 구르면서 후회하는 건 어머님들이에요."라고.
내가 현실을 모르고 너무 이상적인 생각만 하고 있던 걸까?
나는 조금 천천히 가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주위에서는 자꾸만 안된다고, 지금부터는 뛰어야 한다고 다그친다.
주위를 둘러보니 이미 다들 뛰고 있거나, 뛸 채비를 하고 있다.
그저께, 첫 수업을 하고 돌아온 아이는 조금 흥분해 있었다.
"엄마, 할 만해요!"라고 말한다.
내가 아이를 너무 어리게만 보고 있던 건 아니었나.
아이는 한 단계씩 오르면서 성취감을 느끼는데 엄마가 겁을 먹고 안될 거라고 예단한다.
"다행이네. 우리 강아지 고생했어."
나는 겨우 이 말 밖에는 해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냥 아이를 꼭 안아줄 수밖에 없었다.
뛰다가 넘어지지 않게 조심해.
그리고 힘들면 조금 쉬어가도 괜찮아라는 말은 속으로 삼켜버렸다.
<커버이미지 출처-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