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이
13
아틸리오는 근처에 붙어있는 CCTV테이프들은 전부 회수하라고 명령한뒤 직접 확인작업을 시작했다. 시체가 발견된 시점을 역으로 추적하여 남성이 살아있을 때 마지막으로 찍힌 장면을 확인하려는 의도였다. 그렇게 시작한 확인 작업은 벌써 하루를 넘기고 다음날까지 계속되고 있었다.
"조금만 뒤로 돌려봐. 거기서 조금만더, 아니 좀더."
그는 여느 사건때와는 다르게 사뭇 진지한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를 이처럼 애타게 만든 사건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아니, 조금만 더, 그래. 여기...이 부분."
이리저리 테이프를 굴려보던 아틸리오는 어느순간 자신의 직감을 건드리는 어떠한 장면에서 테이프를 멈추었다. 그 장면에는 웬 정갈해 보이는 여성이 공원 근처를 지나가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시점 다른 CCTV에서 그녀의 모습이 사라지고 없었는데 그 뒤 한동안 모습이 보이질 않다가 일정 시간이 흐른 뒤 한 폐가에서 그 여성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얼마 뒤 수상해 보이는 검은 후드를 입은 한 남성이 그 뒤를 따라 걸어나오는 것 역시 CCTV에 포착되었다.
"문은 앞쪽에 있는데 시체는 뒤쪽에 있었어. 시체가 상태가 엉망이었지? 이놈들 이 건물 안에서 남성을 죽이고 시체를 2층에서 떨어뜨린 거야. 그리고 빠져나온 거라고. 시간차는 있지만 둘은 공범이 확실해."
그는 검은 옷을 입은 남성을 몇번 더 돌려보았다. 그러더니 그는 검은 옷을 입은 남성이 자신이 본 멕시코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확신하였다. 비슷한 지역에서 연속적으로 두 번이나 살인이 일어났는데 하나의 사건이 끝나기도 전에 또 다른 살인범이 등장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확률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렇게 마음을 굳었는지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는 그 멕시코인을 수배하기로 결정하고선 여자는 잡아들이기로 하였다. 하지만 문제는 그 용의자에 대한 정보가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었는데 얼굴 또한 자신이 언뜻 스쳐서 본 것이 전부였기에 몽타주 또한 정확히 묘사할 수가 없었다. 끽해야 옷차림이나 키, 몸무게, 인종정도가 전부였다. 지문 또한 아직까지 발견된 것이 그들에겐 없었다. 수배를 하긴 해야겠는데 더 없이 인상착의가 부족했다.
"미치겠군. 일단 여자나 먼저 잡아야겠어."
아틸리오는 골치가 아파왔다. 당장 여자는 잡아올 수 있겠지만 딱 봐도 여자는 그저 남자를 유혹하는 미끼에 불과했다. 여자가 용의자의 얼굴을 알고있을 가능성은 적었다. 결국 멕시코인을 직접 잡아야만 그의 인상착이를 알 수 있을것만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가 생각한 수배작전은 그저 공허한 허상처럼 느껴졌다. 그러자 그는 갑자기 두 시체의 부검 결과가 더욱 궁금해지기 시작하였다. 아직 부검이 전부 끝난것 같진 않았지만 그는 지금까지 밝혀낸 것이라도 알고만 싶어졌다. 그는 더이상 망설이지 않고선 그의 차에 올라타 부검실을 향해 자신의 차를 몰았다.
부검실에서는 어제 들어온 2층에서 떨어진 남자의 시체가 탁자위에 놓여져 있었다. 아틸리오는 부검실 앞에서 한동안 법의학자를 기다렸다. 어느 순간 카이오가 옆에 와 그의 곁을 지켰다. 그리고 30분가량이 지나 학자가 바람을 쐬기 위해 밖으로 걸어나오자 아틸리오는 다짜고짜 그에게로 다가갔다.
"무슨 독입니까?"
"?"
"무슨 독이냐고요?!"
그는 당황하다가 이내 대답했다.
"개구리 독입니다. 독화살개구리요. 일부는 다른 물질도 섞여 있긴 했지만..."
그 말을 들은 아틸리오는 자신의 예상이 들어맞아감에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그렇군. 개구리 독을 쓰는 멕시코인이셨구먼."
그는 이로써 크게 의심할 여지없이 자신이 본 남자가 범인이라 확신했다. 벌써 시체 두구가 확인된 이상 아마 아드리아나와 마피아의 딸 루실라 역시 녀석이 살해했을 가능성이 컸었다.
"연쇄살인이군. 다들 마피아들만 잡아 족치는데 무슨 원한이라도 있는건가? 하긴, 마피아한테 원한있는 사람이 한둘이겠냐만은."
그 말을 들은 카이오가 답했다.
"아드리아나와 2층의 남자는 마피아가 아닌 거 같던데요?"
그 말을 들은 아틸리오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을 이었다.
"한놈이 약쟁이 인걸보면 마약과 관련된 것일수도 있어. 마피아는 마약과도 연관이 깊으니깐. 아드리아나도 아마 마약같은것을 했을 거야. 부검해보면 알겠지."
그는 어느새 아드리아나를 죽은 사람 취급하고 있었다. 살아있다는 가능성은 수일이 지난 지금 거의 가능성없는 가설이었다.
"마약 소재범들 추적하고 다 하나씩 캐보라고 해야겠어. 특히 어떤 특이한 멕시코놈을 아는지."
한마디를 내뱉고는 아틸리오는 발걸음을 옮겨 자신의 사무실로 향했다. 사무실로 돌아온 아틸리오는 여전히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경찰들을 바라보았다.
"뭔가 더 나온 거 없지?"
"아직까진 없습니다."
그는 앞으로도 딱히 별다른 건질것이 없다고 느껴지자 슬슬 마약범들 탐문 수사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다 그는 문득 무언인가가 떠올랐는지 경찰중 한명에게로 다가갔다.
"잠깐, 최근에 앙코나에서 대형사건이 있었지? 우리가 그쪽 조선소 CCTV 본적이 있나?"
"이쪽에선 없는것 같습니다."
"그렇지. 그거도 한번 볼 필요가 있겠어."
어딘가 확신에 찬 그는 재빠르게 조선소를 향해 전화를 걸었다. 그러고는 자료요청을 하고선 전화를 끊었다.
"가서 탐문수사하고 올 테니깐 그때까지 앙코나쪽 테이프 받아놔."
그는 카이오를 이끌고선 문밖으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