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IECITY_1_14

낯선이

by JbYun

14


이탈리아의 거리는 얼핏 보면 낭만으로 가득했지만, 현대에 와서는 가장 치안이 부족한 곳 중 하나였다. 조금만 둘러보아도 곳곳에 범죄의 흔적들을 찾아볼 수 있었으며 마피아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된 이유에는 경찰의 책임도 무시할 순 없었기에 단순히 마피아만을 탓할 수만도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쉽게 마피아를 배척할 수가 없는 근본적인 이유가 있었는데 그것은 마피아가 재정적으로 이탈리아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했기 때문이었다. 마피아가 매번 벌어들이는 수입은 약 161조 원에 달했으며 '애플'이 올린 매출 174조 원에 거의 버금가는 금액이었다. 그들이 국가의 절반 이상을 먹여 살리고 있던 것이었다. 아틸리오도 그러한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의 성격상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범죄를 묵과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내 월급에 비하면 그놈들은...'

아틸리오는 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한 책임마저 위태로워지는 게 아닌가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는 자신의 가족을 생각했다. 가족, 특히 자식들이 마피아들에게 합류하거나 그들에게 놀아나는 꼴은 더더욱 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골치아프군."

여러가지 복잡한 생각의 고리를 끊기위해 그는 조용히 공원을 향해 걸어갔다. 그가 사회복지과 건물 근처에 도달했을 때 그는 자신의 핸드폰을 열어재꼈다. 그가 앞으로 전화를 걸 곳들은 그가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전과범들이었는데 그중에서도 지금 전화를 걸고 있는 이 번호는 마약과 관련된 전과를 지니고 있었다. 한참 동안 그렇게 벨이 울리고나자 상대가 못 이기는 듯 전화를 받았다.

"나다. 소식이 궁금해서 전화해봤는데, 요샌 잘 지내고 있나?"

반대쪽에선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곧이어 어색한 웃음소리와 함께 답변이 들려왔다.

"물론입니다. 검사님 잘 지내시죠?"

둘은 대화를 이어갔다.

"그래. 용케도 기억하는군. 근데 지금 내가 너한테 캐물을 게 있는데 너 거짓말 하면 혼난다."

"에...또 뭘 그렇게 섭섭하게 그러십니까? 저야 늘 솔직한 거 아시지 않습니까."

"요즘엔 솔직한 놈도 범죄자가 되는군."

"범죄자라뇨. 그건 다 옛날 말이죠. 그나저나 궁금한 게 무엇입니까? 검사님."

아틸리오는 지금까지 알아낸 레드의 인상착의에 대해 설명했다.

"특이한 귀걸이에 멕시코인같다라...흠, 전혀 감이 않잡히는데요?"

"거짓말하는 중인가?"

그의 말에 전과자는 억울한 듯 외쳤다.

"아닙니다! 제가 검사님께 왜 거짓말을 하겠어요. 정말 모릅니다."

아틸리오는 그를 믿어야 할지 어쩔지는 몰랐지만 일단은 목소리에서 거짓이 묻어나오는것 같진 않았다. 실망스러웠지만 하는 수 없이 아틸리오는 다른곳을 향하여 전화를 돌렸다.

"흠...이녀석도 모르는군."

"..."

"이녀석도..."

"이놈도."

한참을 그렇게 몇군데 더 전화를 돌려보았지만 결국 그는 그 누구에게도 제대로된 답변을 얻어낼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이 의미없는 행동을 이제 그만 멈추기로 마음먹었다.

"정말 유령 같은 놈이군."

"대포폰 같은걸 쓰고 다니지 않을까요?"

카이오가 고개를 쑥 내밀며 아틸리오에게 말하였다.

"대포폰? 물론 대포폰일 수도 있지만 너 대포폰만 쓰냐? 일반전화도 쓰긴 할 거 아니야. 그런데 웬만한 조회를 다 해봐도 의심되는 통화목록이나 카드목록이 없어."

"암호나 가명을 쓰고 있는 게 아닐지도..."

"암호 같은 소리 하네."

아틸리오는 카이오의 생각이 한편으로는 가능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긴했지만 만약 지금 거기까지 생각하게 된다면 모든 문제가 더욱 골치아파질 뿐이었다. 아틸리오는 내심 그럴 가능성은 희박할 것이라고 자신을 달랬다. 그는 아쉬웠는지 다시 자신의 통화목록에 있는 몇몇 남은 전과자들에게 전화를 돌리고 나서야 결국 소득없이 사무실을 향해 발길을 돌릴 수 있었다. 어느덧 해는 조금씩 기울어서 어둠을 몰고왔다.

"벌써 해가 지는구만."

그는 늦으막하게 사무실에 도착하며 말했다. 결국 오늘도 밤을 새야 할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가 사무실에 도착했을때 그는 자신의 책상에 놓여진 녹화테이프를 하나 발견할 수 있었다. 테이프에는 앙코나라고 쓰여져 있었다.

"밤이라서 잘 안 보이는데요."

"밝기를 좀 높혀봐. 너 뭐 포토샵 같은 것도 안 해봤냐?"

검시관이 입을 삐쭉거리며 녹화된 테이프의 밝기를 밝히자 노이즈가 조금 늘어나면서 얼굴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화질이 나빠 보기 쉽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의 얼굴은 구별해 낼 수가 있었다.

"노이즈 최대한 줄이고 이 중에서 벤자민이 있나 확인해봐."

그렇게 테이프를 한참동안 확인하던 검시관은 갑자기 화면을 멈추고선 혼자서 중얼거렸다.

"있는것 같은데요. 벤자민비슷한 사람이..."

아틸리오는 그 말을 듣자 먹고있던 과자를 내려놓았다. 그러곤 검시관에게로 다가가니 그가 화면을 멈춘곳을 뚫어지게 응시한채 멈춰서있었다. 아틸리오도 역시 그곳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곳에는 분명 벤자민을 연상케 하는 인물이 화면속에서 배회하고 있었다.

"역시 이놈도 그 사건과 연관이 있었군. 당장 앙코나로 가봐야겠다. 현장에 가면 무언가를 찾을 수 있을 거야."

아틸리오는 늦은 시각인데도 불구하고 다시한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러자 카이오가 몹시 피곤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영양제 하나 사줄게."

아틸리오는 무심히 그 말을 건네고선 자신의 겉옷을 챙겨 입었다.



cover.png


토요일 연재
이전 14화INDIECITY_1_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