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이연 17화

나는 오늘도 그 냄새로 살아간다

나를 살게 한 건, 특별함이 아닌 그 평범함이었다

by 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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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엄마의 냄새가 참 좋다.


막 세탁을 마친 빨래에 배어 있는 세제와 섬유유연제,

햇볕의 따뜻함까지 스며든 포근한 향.

어디에서도 맡을 수 없는,

세상에서 오직 우리 엄마에게서만 나는 그 냄새.


그 향을 맡으면,

마치 힘들었던 나를 조용히 품에 안아주는 것 같다.

아무 말 없이도 나를 알아주는 품,

눈을 감고 누우면 금세 잠이 들고,

잠든 사이 눈물이 고일 것 같은 순간.


낮잠을 깨우는 건, 부엌에서 들려오는 조용한 소리.

된장찌개가 보글보글 끓는 냄새와

그 냄새 속에 담긴 엄마의 마음.

그 향과 소리의 조합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완벽한 장면이었다.


함께 밥을 먹는 시간이 주는 평화,

별일 없는 일상이 주는 기적.

그땐 몰랐다.

그 순간들이 얼마나 빛나고, 얼마나 소중했는지.

늘 거기 있을 거라 믿었던 시간들이

이토록 쉽게 흘러가버릴 줄은.


우리는 대개,

무언가를 잃고 나서야 그것이 얼마나 찬란했는지를 안다.

손에 잡히지 않는 시간,

다시 담아보고 싶은 순간.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눈을 감고 조용한 오후를 떠올린다.

햇살에 데워진 이불 위,

부엌에서 풍겨오는 찌개의 냄새,

그리고 엄마의 손길 같은 공기.


특별함만이 우리를 살게 하는 건 아니다.

우리는 생각보다,

이런 소소한 순간들이 모여

이 야박한 세상을 살아가게 만든다.


엄마의 냄새는

그 모든 평범한 날들의 증거였고,

나를 다시 살게 하는 기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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