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꼬리에서 배운 사랑
너의 꼬리에서 배운 사랑
무조건적인 사랑이 있다면
그건 어떤 모습일까.
나는 오래도록 궁금했다.
도대체 어떤 존재가, 어떤 방식으로 누군가를
그토록 조건 없이 사랑할 수 있을까.
세월이 흘렀다.
그리고 이제, 나는 조금 알 것 같다.
처음부터 나만을 바라보는 눈.
내가 기쁘든 슬프든,
툭 내뱉은 말투 하나에도
섬세하게 반응하던 따뜻한 존재.
그토록 나를 믿고, 기다리고,
그저 내 곁에 있으려 했던 작은 생명.
내 반려견.
때로는 미안하다.
나 하나를 기다리는 시간이
그 아이에게는 얼마나 길고 어두울지.
현관문을 열면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반가움이 몸 전체로 쏟아져 나온다.
작은 발이 허둥지둥 달려와
그 알량한 꼬리를 흔들며
내 주변을 빙글빙글 돈다.
그 순간,
세상 누구보다 날 사랑해주는 눈빛을 마주한다.
세상이 너무 지치고
나는 오늘 하루도 버겁다며 숨을 고를 때,
그 아이는 말없이 내 곁에 앉는다.
가장 먼저 안아주던 존재.
가장 먼저 웃게 해주던 존재.
가장 먼저 나를 이해해주던 존재.
말로는 다 하지 못할 마음들이
하루하루, 그 아이의 체온에 스며들었다.
이따금 문득 상상한다.
내가 세상을 떠나게 될 날이 온다면,
그 끝에 너는 먼저 와 있을 것 같다고.
마치 오래 전부터 기다려온 것처럼
무심하게 다가와,
내 손등을 핥아줄 것만 같다고.
무조건적인 사랑.
그건 아마 너일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나에게 와줘서 고맙다.
불안하고 부족한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줘서 고맙다.
너의 손길, 너의 온기,
그 모든 순간들이 나에겐 기적이었다.
언젠가 이 기억들이 바람처럼 흩어질지라도
너를 향한 마음은 오래도록
내 안에 향처럼 남을 것이다.
그리고 그 향이
어느 날 나를 또 웃게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