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이연 16화

나만을 바라보는 동반자, 반려견

너의 꼬리에서 배운 사랑

by 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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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꼬리에서 배운 사랑

무조건적인 사랑이 있다면

그건 어떤 모습일까.


나는 오래도록 궁금했다.

도대체 어떤 존재가, 어떤 방식으로 누군가를

그토록 조건 없이 사랑할 수 있을까.


세월이 흘렀다.

그리고 이제, 나는 조금 알 것 같다.


처음부터 나만을 바라보는 눈.

내가 기쁘든 슬프든,

툭 내뱉은 말투 하나에도

섬세하게 반응하던 따뜻한 존재.


그토록 나를 믿고, 기다리고,

그저 내 곁에 있으려 했던 작은 생명.


내 반려견.


때로는 미안하다.

나 하나를 기다리는 시간이

그 아이에게는 얼마나 길고 어두울지.


현관문을 열면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반가움이 몸 전체로 쏟아져 나온다.


작은 발이 허둥지둥 달려와

그 알량한 꼬리를 흔들며

내 주변을 빙글빙글 돈다.


그 순간,

세상 누구보다 날 사랑해주는 눈빛을 마주한다.


세상이 너무 지치고

나는 오늘 하루도 버겁다며 숨을 고를 때,

그 아이는 말없이 내 곁에 앉는다.


가장 먼저 안아주던 존재.

가장 먼저 웃게 해주던 존재.

가장 먼저 나를 이해해주던 존재.


말로는 다 하지 못할 마음들이

하루하루, 그 아이의 체온에 스며들었다.


이따금 문득 상상한다.

내가 세상을 떠나게 될 날이 온다면,

그 끝에 너는 먼저 와 있을 것 같다고.


마치 오래 전부터 기다려온 것처럼

무심하게 다가와,

내 손등을 핥아줄 것만 같다고.


무조건적인 사랑.

그건 아마 너일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나에게 와줘서 고맙다.

불안하고 부족한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줘서 고맙다.


너의 손길, 너의 온기,

그 모든 순간들이 나에겐 기적이었다.


언젠가 이 기억들이 바람처럼 흩어질지라도

너를 향한 마음은 오래도록

내 안에 향처럼 남을 것이다.


그리고 그 향이

어느 날 나를 또 웃게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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