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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옹 Feb 01. 2024

내가 주연인 일회 공연 무대

“인생은 단 한번, 그리고 누구에게도 그 기회를 넘길 수 없는, 자기가 감당해야 하는 일회 공연의 무대이다. 자기 무대에서 엑스트라인 사람은 없다. 누구나 당당한 주연이고 연출자이며 원작자이다.”

(김민웅 지음, 「자유인의 풍경」, 한길사, 2007, 237쪽)     




평균수명에 비추어 볼 때 우리 인생에서 첫 30년은 익히고, 중간 30년은 일하며, 마지막 30년은 쉰다. 은퇴한 나로서는 인생이라는 연극무대의 마지막 3막을 연기하고 있구나 싶어 마음이 스산하다. 평소 책을 읽다 보면 인생을 연극에 비유하는 구절을 심심찮게 마주한다. 인생이 몇 막이 되든 오직 한 번만 주어지는 데다 대본도 미리 볼 수 없으니 그 무대의 소중함과 무게감을 우리에게 일깨워 주기 위함일 테다.


김민웅은 그곳에서 내가 주연이라고 말한다. 돈이 없어도, 변변찮은 일을 하더라도, 권력이 없어도, 엑스트라가 아니라 주연이라고? 머리를 갸우뚱대며 여러 번을 생각해 봐도 결국 수긍할 수밖에 없다. 인생 무대는 나에게만 주어지는 상황을 연기하는 것이니 말이다. 그 상황에 따라 등장하는 사장, 상사, 집주인은 엑스트라일 뿐이다. 인생 연극은 각본도 없고 연습도 없는 리얼타임 상황극이어서다. 나는 순간순간 스스로 시나리오를 바꾸고 만들어 내는 실시간 연출자이자 원작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상황극에서 만나는 모든 상황과 배우 그리고 엑스트라에 대응해야 하니 녹록한 역할은 아니다. 고역이다. 그래서 상황을 무시하고 싶고 무대에 내려오고 싶기도 하다. 상황을 버텨내는 것만이 내 역할이다.


우울한 기분에서 벗어나고자 저자가 말하는 인생 연극에 희망 하나를 보탠다. 다행스럽게도 인생 무대에 ‘객석’이 없다는 것이다. 나를 쳐다보는 듯해도 모든 이들은 상황에 참여하는 내 무대의 조연자일 뿐이다. 스스로 지어낸 불안, 체면, 낙담, 야유, 실패라는 '상상의 객석'만이 있을 뿐이다. 그러니 주연으로서 마음 가는 대로 상황을 즐기는 연기를 해도 된다. 상황을 선택할 순 없지만 나의 선택으로 상황이 바뀌기도 한다. 어떤 주연을 해낼 것인지는 오로지 내 선택이다. 그래서다. 내 인생 무대에서 주눅 들지 말자. 상황의 노예가 되는 대신 자유인이 되려 하자. 당당해지자. 실패해도 당당해지자. 실패는 무수히 많은 상황 중 하나이지 머무는 것이 아니다. 상황은 상황일 뿐이다. 내게 주어진 상황극이 끝나면 웃으면서 아니, 비웃으면서 당당하게 무대에서 내려오자. 


ⓒ 정승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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