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산다는 건 액정보호필름을 붙이는 일과 비슷한 것이다. 떼어내어 다시 붙이려다가는 못 쓰게 된다. 먼지가 들어갔으면 들어간 대로, 기포가 남았으면 남은 대로 결과물을 인내하고 상기할 수밖에 없다.”
(허지웅 지음, 「버티는 삶에 관하여」, 문학동네, 2014, 37쪽)
내 삶을 돌아보니 온갖 실수로 가득하다. 실수할 때면 매번 그 크기만큼 아팠다. 그래도 후회하지는 않으려 했다. 대신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까 싶어 되새기려 노력했다.
그뿐이었다. 실수는 줄지 않았다. 살면 살수록 커가는 책임의 무게에 눌려 늘어나기만 하는 듯싶었다. 억하심정에 ‘완벽은 신에게나 돌려줘 버려!’라며 스스로에게 말 안 되는 투정도 부려봤지만, 실수는 요지부동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살아감에 있어 먼지가, 기포가 문제 되지 않음을. 실수는 보듬고 가야 하는 내 삶의 동반자임을.
ⓒ 정승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