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 빛깔의 주문

by 서옹

“그 모든 것이 어제 오후 우리 집 뒷산 능선의 노란 산동백꽃과 함께, 산동백 옆에 피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빛깔이란 게 무엇인가. 빛깔 속에는 원래 무슨 주문 같은 것이 있는 것인가.”

(김인선 지음, 「세상에서 가장 느린 달팽이의 속도로」, 메디치미디어, 2019, 33쪽)




봄꽃과 함께 봄꽃 옆에 피어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그 모든 것’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내 마음이 품은 모든 것이다. 사랑, 행복, 추억, 새 시작 그리고 희망을 품은 온갖 마음이다.


왜일까. 고놈의 빛깔 때문이다. 봄이 빚어내는 빛깔 때문이다. 그 빛깔이 봄꽃에 내려앉았기 때문이다. 봄꽃 빛깔이 주체 못하는 내 마음에 주문을 걸어서다.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색 빛깔의 갖가지 주문을 걸어서다.


하여 화창한 봄날에는, 봄꽃 빛깔이 시키는 대로, 품은 마음들을 내놓지 않을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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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승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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