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리아 Nov 10. 2019

시작을 위한 주문

2019 년 10월  Barcelona #1.

2019 년 가을, 바르셀로나.

7일간의 짧고 강렬했던 바르셀로나 여행을 끝내고 2주가 지났다.

"오늘은 어떻게든 여행기를 써야할 것 같아"

노트북을 챙겨 들고 나가며 룸메이트에게 말했다. 

"여행기를 끝내야 다음 여행이 또 시작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가.. 

룸메의 말이 마법을 위한 주문처럼 들렸다.  

몸은 진작에 한국에 돌아왔지만 아직 영혼은 바르셀로나와 한국 중간쯤 어딘가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아니 사실은 돌아오기 싫은 건지도 모르겠다.  여행기를 다 쓰고 나면 여행이 정말로 끝나버릴 것 같아 미루고 있던 터였다. 그런데 어쩌면 그 끝이 새로운 시작을 가져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프랑크프루트를 경유해 바르셀로나에 도착했다. 밤 11시가 조금 넘은 시각, 운좋게 나오자 마자 나이트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버스는 빠른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창밖은 어두웠고 어디로 가고 있는 지 알 수 없었다.  숙소 예약 사이트에서 미리 알아본 바에 의하면 딱 두개의 정거장만 지나 내리면 된다.  버스가 달리는 속도에 비해 정차시간은 너무나 짧았기 때문에 내려야할 곳을 지나칠까봐 조마조마했다. 버스는 구글맵이 가리키는 정류장에서 정확히 멈춰서더니 나를 토하듯 뱉어내곤 황급히 사라져버렸다. 버스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이 타고 있었다. 다들 시내 중심가에 숙소를 잡은 모양이다. 이렇게 시내까지 연결되는 나이트 버스가 있는 걸 알았다면 나도 숙소를 그쪽에 잡을 걸 그랬다 잠깐 후회했다. 캐리어를 끌며 숙소를 향해 걸어갔다. 바퀴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다. 후드 티 입은 청소년들이 모여 있는 공터를 지났다. 주변에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조금 무서웠다. 버스 정류장에서 숙소까지 5분정도의 가까운 거리였는데도 표지판 하나 없는  도로를 달리고 있는 것 처럼 막막했다. 드디어 (5분도 채 지나지 않았거만) 예약한 호스텔의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싱글룸을 예약했는데 2층 침대가 두 대가 놓여 있었다.4인실 키를 잘못 준 것은 아니겠지. 다른 투숙객이 들어오지는 않을까  잠깐 긴장했던 것 같다. 4개의 이부자리가 준비 되어 있다. 위층에서도 자고 아랫충에서도 잘 수 있겠다. 신나했지만  아무리 욕심을 부려도  잠 잘 땐 4개의 침대 중 하나만 쓸 수 있을 뿐. 


*Centre Esplai Hostel  시내에 비해 저렴하고, 넓고  조식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여기서 먹은아침과 챙겨온 과일로 하루를 넉넉히 버텼던 듯 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