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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의 기본 조건: 마일리지

러닝으로 배운 것 #1

by B라이언

2025년 7월 4일 (금)

오늘은 달리기를 하면서 배운 것을 적어봅니다.




러닝을 제대로 시작한 지 7개월이 지났다. 만 35살 나이. 나이로 보아 아저씨는 확실하지만 아직 몸은 젊다고 생각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운동 신경이나 체력이나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했었다.


7개월 전, 처음으로 5km를 뛰는데 페이스가 1km당 7분 30초 가까이 찍혔다. 페이스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은 얼마나 뛰는지 검색해 봤다. 그런데 7분대 페이스는 그냥 빠른 걸음 취급을 받고 있었다. 충격이었다. 제대로 뛰어 본 적은 없지만 평균 이상은 될 거라고 자만했던 것이다.


이후로 욕심을 냈다. 7분은 깨자고 다짐했다. 그래서 바로 깼다. 6분 30초로. 하지만 문제는 기록이 아니었다. 몸이 받쳐주질 못했다. 바로 무릎이 아파왔다. 심박수는 180을 찍었다. 주에 여러 번 뛸 수 있는 몸을 유지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무릎 때문에 며칠을 쉬었다.


회사에서 잘 뛰기로 소문난 부장님께 여쭤봤다. "7분이 빠른 걸음 수준이라는 얘기를 듣고 충격받았어요. 정말 그 수준이 맞나요? 열받아서 7분은 바로 깼는데 몸이 아프더라고요. 더 빨라지려면 뭘 해야 할까요?" 부장님은 "마일리지"를 언급했다. "야, 넌 일단 마일리지를 쌓아야 돼. 벌써 속도 욕심내면 부상 와. 일단 계속 뛰어."


마일리지라는 단어는 항공사 마일리지랑, 카드 마일리지에서만 들어봤지 러닝에서 마일리지라니. YouTube를 좀 찾아보니, 러너들끼리는 마일리지를 공유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월에 러닝 마일리지가 얼마나 되는지 같은 것들이다. 러닝 마일리지는 월에 몇 킬로미터를 뛰는지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또 한 번 충격이었다. 바보 같았던 자신에 대한 충격이다. 많이 뛰어야 잘 뛴다는 건 너무 당연한 얘기였으니까. 당연한 성장 과정을 생략하고, 왜 그렇게 단번에 뛰어넘으려고 한 걸까? 왜 기본기도 없이 더 빨리 가려고 한 걸까?


자만심과 욕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정도는 쉽게 뛸 수 있어. 아직 젊어. 난 원래 훨씬 잘 뛰었던 사람이야. 난 평균 이상이야."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던 것이다. 현재의 상태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것이다. 전형적으로 뱁새가 황새 따라가려는 상황이다. 어떻게든 따라간다 하더라도 가랑이가 찢어진 나 자신을 만나는 그런 상황.


이런 상황을 러닝에만 한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목표를 정하고 달성하는 과정이 필요한 모든 것에 이렇게 적용해 보면 어떨까?


내 수준을 정확히 파악하자. (내 페이스를 알자.)

꾸준히, 많이 하자. (마일리지를 쌓자.)

조급해하지 말자. (몸과 마음을 무리하게 쓰지 말자.)


다만 여기서의 '목표'는 한번 달성하면 끝나는 목표에는 적합하지 않다. 예를 들어 자격증 취득 같은 것들 말이다. 끝이 정해져 있지 않은 성장형 '목표'일 때만 이 법칙이 성립한다. 나의 수준을 알고, 그냥 꾸준히 많이 하면 어느덧 목표에 다다른 나의 모습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또 한참 마일리지가 쌓인 후에 뒤를 돌아보면 성큼 성장한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렇게 욕심을 버리고 7개월 간 꾸준히 달려서, 며칠 전에 10km를 59분에 들어왔다. 대회는 아니고 비공식 기록이지만. 올해 꼭 달성하고 싶은 목표가 바로 딱 저거였다. 정말 기뻤고, 성장의 희열도 짜릿하게 느꼈다. 그리고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성장의 기본 조건은 마일리지"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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