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모든 의지를 상실했던 내가 이처럼 열심히 몰두한다는 것이 신기했다. 화요일마다 후암동에 가는 시간이 기다려졌고 사람들의 틈에 있는 것이 힘들지 않았다. 괜찮지 않은 내가 이곳에서 괜찮은 시간을 보냈고 우울로 점철된 내가 웃었다.
3주 차 수업에 가제본이 나왔고, 제목을 변경하기로 했다. 내지 디자인도 일부 변경 하고, 오탈자도 수정하고 ISBN을 신청했다. 한 권의 책이 팔려도 또는 팔리지 않더라도 온전히 기뻐할 수 있다면 좋겠다. (팔리지 않는다면 책방에 민폐가 되겠지만) 나는 그러고 싶었다.
역시 사람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하나 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두 번째 책을 만들기 시작했다. 책을 팔아서 먹고살 수는 없을지라도 책을 계속 만들기로 했다. 내 이야기가 담긴 책을 만들고, 나아가 사람들의 이야기로 쓰인 책을 나의 독립 출판사에서 내고 싶고, 북페어에서 책을 팔고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고 희망했다.
나는 오늘 우울로부터 한걸음 멀어졌다. 그리고 내일도 또 한걸음 멀어지기를 기대하며 오늘의 나를 응원해야겠다. '살아남아서 다행이다' 그런 생각이 절로 들었다. 오늘 이후의 내가 후회하지 않게 나는 여기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방어벽을 세우고 우울을 불안을 불행을 밀어내고 내가 만든 내 세상에서 살아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