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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한 May 20. 2024

미쳐가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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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를 다니면서 정신과 약을 먹고 내가 나아지고 있구나를 느낄 수 있었던 게 무기력이었다. 의욕이 없던 내가 집을 치울 수 있었고 하고자 하는 걸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무기력에 무너지고 있다. 집은 쓰레기장이 되어가고 욕실은 물 때가 생기고 구석에는 곰팡이가 생겨났다. 세탁기를 돌리는 것도 옷을 매번 골라 입는 것도 귀찮아져서 생활한복을 사버렸다. 그렇게 차츰 무너져 가는 내가 있다.


일주일에 한 번 가던 병원을 2주에 한번 3주에 한번 그렇게 텀을 길게 잡은 게 문제일까. 해야 하는 것도 하지 못하고 하고 싶은 것에도 게으름이 생겨났다. 나는 이런 내가 또 지쳐서 이런 나라면 버리고 싶어지고 만다.


사는 게 내 맘대로 안 되는 거라지만, 이건 정말 너무 한 것 같아서 서슬퍼지기만 한다. 내 삶이 내 것이 아닌 것 같아서 화도 난다. 나는 나를 어떻게 하고 싶은 걸까. 버려지지 못하는 약들은 내 곁을 맴돌고 압박 붕대는 눈에 거슬리도록 보인다. 살고 싶은 주제에 죽음을 꿈꾸고 죽음을 희망하고 자살을 동경한다.


'제정신이 아니구나. 미쳐버렸구나.'

그런 생각이 나를 짓누르며 숨통을 막는다. 죽고 싶다고 말하면 약이 내게 걸어온다. 여기 있다고 점점 다가온다. 정신병이 점점 심해지나 봐. 약이 안 듣나 봐. 진짜 미쳐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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