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10. 31.
학부 4학년 때의 나는 문득 내 앞길이 잘 포장된 도로 같다고 생각했다. 여차저차 한국사 자격증도 취득하고, 그토록 원하던 정교사 2급 자격증도 얻게 될테니까. 남은 건 그 길을 또 꿋꿋하게 걸어서 임용고시라는 마지막 관문만을 넘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아등바등 해왔던 것들이 그래도 길을 잘 닦아놓은 것 같긴 해서 뿌듯한 마음도 한켠에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턴가 이 길이 천장 없이 뻥 뚫린 터널 같다고 생각했다. 이상하지, 천장이 없는데 터널이라니.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다. 주변은 온통 환한 빛 밖에 없고, 시선이 닿는 곳에는 아무도 없다. 흔한 이정표도 없다. 저 멀리 아득한 곳에서 내가 원하는 모습만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뿐. 점점 숨이 가빠온다.
기어코 올해 3월, 끝도 없이 어두운 바다에 처박힌 것만 같았다. 빠지기 싫어서 어떻게든 대롱대롱 매달려있었는데, 한 치의 발 디딜곳 조차 허락받지 못하고 그대로 처박혔다. 조금만 더 나를 놓으면 그대로 우울증에 걸릴 것같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나를 가장 끔찍하게도 사랑하는 것이 나라서, 결국 기어 나왔다. 그리고 기다리는 것은 또 다시 너른 터널과 절벽.
몸을 말리면서 걷다가, 조금 오르막길이라 힘겹게 걷다가, 낭떠러지 절벽이라 숨 벅차게 조금씩 올라가다가, 잠시 내리막길 토독토독 걷다가, 점점 마지막 오르막길을 걸어 올라가는 것같다.
가 봐야지. 끝을 봐야지. 그리고 또 다시 새로운 길을 시작해야지. 그냥 가야지.